[김중겸]학교폭력에 대하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중겸]학교폭력에 대하여

[논단]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승인 2012-02-02 13:13
  • 신문게재 2012-02-03 20면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미국사회는 번영과 초강대국의 길로 내달렸다. 유럽은 물론 일본이나 한국도 원조물자를 받았다. 미국이 돕는다는 USAID였다. 세계를 먹여 살렸다.

그런 여유가 있었으니 국내도 풍족했다. 하지만 빈민가는 여전히 빈곤과 실업에 시달렸다. 동네 학교는 우범소년의 놀이터였다. 소년의 비행(非行)이 난무한 통제 불가능지대였다. 1951년 개봉된 영화 'Blackboard Jungle', 직역하면 칠판 정글이고 칠판은 학교의 상징이니, 타이틀의 뜻은 폭력교실이다. 1950년대 미국 중·고등학교 풍경을 고스란히 그렸다.

실상을 잘 그렸다 해서 대히트를 쳤다. 주연은 당대 명배우 글렌 포드로 전쟁에 나갔다가 살아 돌아온 귀환병인 그는 고등학교 교사로 취직, 시내 중심가 빈민지역에 발령 받았다. 학교 황폐화의 주역은 단 한 명. 비행을 밥 먹듯 저지르는 불량학생이 좌지우지했다. 교직원마저 안중에 없었다. 공부는 뒷전이고, 훼방을 놓는 통에 수업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동조자와 방관자만 있었다. 교사와 학생을 하나하나 설득해 나갔다. 밤마다 협박전화에 시달렸다. 굴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가난으로 비틀어진 심성을 바로 잡아 주었다. 결론은 해피 엔드. 로큰롤이 최초로 주제가로 등장하기도 ?다. '밤새 춤추자(Rock Around The Clock)'다. 이후 로큰롤은 마약과 히피와 더불어 청소년 문화(teen culture)로 일시에 자리 잡는다. 1970년대까지 미국은 수업방해와 패싸움, 교사폭행, 시설파괴에 시달렸다. 8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진정됐다. 대신 집단 괴롭힘 '왕따(bullying)'가 들어섰다.

전후 일본도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 80년대까지 극성, 공공연하게 학생들이 반항했다. 교실붕괴를 우려한 어른들의 힘으로 제압됐다. 뒤이어 90년대에는 집단 괴롭힘 '이지매'가 등장했다. 미·일간에는 10년의 시차가 있다. 우리도 2000년대 들어서부터 학교폭력이 성행했고 왕따가 유행했다. 10년 시차다. 소득수준과 관련 있다는 설도 있다. 더 잘 살게 되면 줄어든다고도 한다.

미국이나 일본은 학부모가 자식의 불량행태에 가세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실 정상화에 한쪽 기둥 역할을 했다. 다른 기둥인 교사를 도왔다. 입장을 이해하고 지원했다.

어느 중학교 교무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마흔넷 여교사에게 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의 전학조치에 대해 항의했다. 학생은 곁에서 연신 욕설을 해댔다.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 이 장면을 30대 중반 영어교사가 찍었다. 이를 뺏으려다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괘씸하다. 그렇다고 소송까지 가지는 말았으면 했다. 다행히 학부모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한다. 우리의 교실은 경제개발 궤도와 일치한다. 선진국은 200여 년에 걸쳐 발전했다. 우리는 단 20년에 이룩했다. 교육도 압축성장, 단계별로 겪은 일탈행위를 한꺼번에 다 경험하는 중이다. 거기에 우왕좌왕 교육정책이 혼란을 가중시킨다. 대학입시와 학교제도는 매년 바뀐다. 좌파는 진보로 진격한다. 우파는 보수로 행군한다. 교육에 웬 이념전쟁인가 말이다.

좌익이건 우익이건 공통점 있다. 딱 하나, 스승의 설 자리 박탈이다. 소년소녀를 자살로 모는 교육, 이게 어디 가르치고 배우는 곳인가. 무슨 이유로 한창 꽃피울 나이에 세상을 등지나. 학교에 스승 없으니 상담 한 번 못하고 죽는다. 소위 학생의 인권신장이라는 규제완화와 기율부재, 이에 대응한 교사 규제 강화와 지도권 축소가 초래한 해악이다. 스승이 설 자리가 없다.

일본은 공부 덜 시키고 간섭 덜 하는 유토리(餘裕)교육을 실시했다. 학생의 부담 감소에 주력했다. 결과는 학력저하와 학생폭력이었고, 선생이 뒤로 물러섰다. 교실붕괴는 당연했다. 스무 해 전 교육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교권을 복원하고 학력을 강조했다. 기본으로의 회귀다.

학교는 학생의 심신이 자라며 배우는 곳이다. 선생은 제자를 미래로 이끄는 별이다. 학교와 가정의 연대가 연약한 시대다. 엄마가 아이 키우고 아이학교에도 가는 옛 사회가 아니다. 먹고 살기 빠듯하다. 아이들에게 신경 쓸 짬이 거의 없다. 잘 사는 집은 돈으로 대신한다. 학교의 리더는 교사다. 교사를 교육현장 실세로 만들어야 한다.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교실이 제 기능을 한다. 경찰은 나중에 들어가도 된다. 언론은 냄비노릇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