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범 씨앤유(CNU) 피부과 원장 |
그러나 지금은 어떠합니까? 아토피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연간 120만명이고, 그 중 40%가 어린 유아들입니다. 서울 지역 초등학생 중 30%의 아이들이 크고 작은 아토피로 고생을 한다고 합니다. 불과 25년 사이에 아토피처럼 엄청나게 발생률이 높아진 질환이 또 있을까요? 그것은 분명히 우리가 사는 환경이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하게 달라진 결과임에 틀림없습니다. 온몸이 붉게 부어오른 아토피 환자를 바라볼 때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활활 타오르는 지구의 이미지를 필자는 연상하곤 합니다.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서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는 아토피 아이를 볼 때 다큐멘터리 영상물인 '지구의 눈물'이 떠올려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고통 받고 있는 아토피 환자가 많아진 것과 지구 온난화 현상은 같은 시기에 나타난 문제임이 틀림없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동·식물이나 곤충 및 미생물의 생태적인 변화가 무척 빨리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 주변 환경에 급속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결국 사람에게도 건강 이상 징후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알레르기성 질환의 급증입니다.
한편, 아토피가 많아진 원인을 식생활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 가임기 부모들은 신선한 자연식보다는 가공된 식품을 더 많이 먹고삽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적부터 각종 인스턴트식품이나 화학물질 덩어리의 간식이 주식인양 먹고 자랍니다. 각종 예방 주사나 항생제 과용은 어린이의 면역 체계를 취약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것들이 아토피 민감성 체질을 만든 주범들입니다.
지금 우리 지구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대재앙 때문에 회복하기 쉽지 않은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가뭄, 홍수, 폭염, 폭설, 쓰나미, 화산 폭발과 같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의 그림자가 매년 우리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결국 우리들의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만을 추구하면서 살았습니다. 편안하고 윤택한 세상이 우리 삶의 목표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었다고 해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환경 파괴의 소산물인 아토피의 고통스러운 환경을 유산으로 그들에게 상속하려고 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풍요로움을 성취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파괴된 자연환경의 증여자라는 뼈아픈 인식이 절실한 때입니다. 온몸에 심한 아토피 때문에 목숨을 끊은 어느 청년의 극한적 행동은 우리가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들은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던 의식에서 벗어나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한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우리의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덜 편안한 삶을 살도록 변화해야 합니다. 실내 온도는 20 이상으로 올리지 않고 대신에 두꺼운 내복을 입도록 합니다. 쓸데없이 켜 놓은 전열기나 전등을 반드시 끄도록 합니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우리들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엄청난 효과를 가져 온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정보의 교환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초고속 정보 혁명 시대입니다. 우리 삶의 변화가 긍정적이고 감동적일 때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고 봅니다. 오늘 내가 한 아주 작은 친환경 행동과 환경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띄워보세요. 우리 아이들에게 아토피 없는 친환경 녹색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나의 삶 목표 중에 하나라고 트위터에 올려보세요. 그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NS를 통해서 우리는 친환경 증여자로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SNS가 아토피 없는 세상을 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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