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마지막 '안과 밖',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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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마지막 '안과 밖', 새로운 시작

  • 승인 2012-02-01 12:19
  • 신문게재 2012-02-0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배재대에 온 이어령 교수의 특강. “용(龍)은 있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 “용이 된다는 것은 융합된다는 것.” 이 말이 사금처럼 남는다. 국제화 시대, 국경을 넘으면 융합보다 갈등이 많은 시대. 인구 13억의 중국, 2000만명이 사는 베이징에 다녀오면서 “별것 없어. 대국(大國)놈들…” 한다는 우리들 자화상.

오랑캐란 뜻의 '되놈' 별호는 지금도 쓴다. 우리를 동쪽 오랑캐, '동이'라 부른 역사에 대한 갚음인가. 타인을 향한 시선의 상대성의 증명인가. 인터넷은 보편성을 멀게 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만의 동족 상관성을 강화시킨다. 역기능이다. 가치관과 기호, 신념과 이해, 아니면 민족과 나라가 다르면 마구 짓밟는다.

국명이 들어간 성병의 많은 병명에서 또 그것을 훔쳐본다. 매독을 영국은 프랑스병, 프랑스는 영국병이라 한다. 프랑스가 점령한 나폴리에 이 병이 번졌을 당시에 프랑스는 나폴리병으로, 이탈리아는 프랑스병으로 불렀다. 유럽 6개국 언론이 상대국을 교차 조사한 고정관념 실태를 보니 15세기 이래의 고정관념은 여전히 증식 중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은 파업 애호가, 섹스광이란다. 스페인은 남성우월주의(마초주의), 낮잠(시에스타) 이미지다. 영국이 '술 취한 훌리건'인가 하면 이탈리아는 탈세꾼, 수다쟁이 등이다. 폴란드에서는 술꾼, 반유대주의자를 떠올린다. 비슷한 일을 우리가 겪었다. 중국 언론이 자국 네티즌에게 한국의 첫인상을 물었더니 '역사표절, 잘난 척, 성형, 김치'라지 않은가. 일본에 대한 것은 '반중(反中)', 그리고 '변태'였다.

자민족 우월주의지만 우리도 반성할 점은 있다. 그들처럼 오해에서 결례를 범하기도 하니까. 특정 목욕업을 터키탕이라 했다가 국가(터키) 차원의 공식 항의로 '증기탕'이 된 예가 그것이다. 터키에는 터키탕이 없다. 가치관 과잉에서 나온 것도 있다. 대상은 남자다. 착하고 돈 없다=불쌍하다, 똑똑하고 돈 없다=재수 없다, 유식하고 돈 없다=짜증난다, 애교 많고 돈 없다=영양가 없다, 재미있고 돈 없다=재미없다. 유머라기엔 씁쓸하고 편견이라면 무섭다.

무서운 이민족 비하 습관은 특히 국명으로도 남아 있다. 고대 중국인이 칭한 예맥(濊貊)은 '똥고양이', 흉노는 '시끄러운 노예'쯤 된다. 베트남을 공략한 제갈량은 그들을 남쪽 야만, 남만이라 했다. 칠종칠금(七縱七擒)이란, 베트남 왕을 일곱 번 잡았다 놓아준 이야기다. 서융, 남만, 북적에는 개, 벌레, 이리떼가 숨어 있다. 그러고는 이제 제 것이라며 우긴다.

유럽인은 과거 신세계의 원주민을 영혼 없는 존재로 보고 노예로 삼았다. 이 '영혼 없음'과 유사한 논리가 '문화 없음'이다. 보편적 가치를 잃고 소수의 특권이 되는 순간, 문화는 폭력적 계몽주의로 흐른다. 돼지고기를 된장에 찍어먹기도 하듯이 왜곡되고 이름마저 입맛대로 붙여진다. 그래도 값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이름이면 좋다. 장미를 호박이라 부르면 장미 향기가 덜하다. 영국 교수팀이 입증한 진실이다. 왜곡, 변형과는 엄연히 다르다.

이름은 그런 면에서 존재의 핵심 부분을 이룬다. 이 같은 이름을 바꾸는 이유 중 하나는 특징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본 코너가 다음 회부터 <문화토크>로 개명한다. 연재 도중의 이름 바꾸기가 생니 뽑는 꼴이 안 되게 애쓸 것이다. 독자 공감을 얻는 네이밍이었으면 좋겠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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