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교사의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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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교사의 방학

[교육단상]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승인 2012-01-31 13:11
  • 신문게재 2012-02-01 20면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와, 방학이다.”

종업식이 끝나자마자 신나게 외치던 우리 반 학생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치-이, 학생들은 나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좋은가?'라는 서운한 마음도 잠시, 내일부터 방학이라는 생각에 내 마음도 들떴다. 학생들이 방학을 기다리듯 나 또한 방학을 기다렸던 것이다.

나는 방학이 되면 꼭 병원을 찾는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둔 내 건강도 체크하지만, 늘 방학이 되면 몸살이 나는 탓이다. 긴장이 풀리며 지난 학기 동안의 피로감이 갑자기 몰려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내과에서 감기 치료와 더불어 내시경 검사도 받는다. 치과에 가서 정기검진도 받는다. 1년에 한 번쯤은 한의원에도 간다. 한의사 얘기가 기력이 많이 쇠했단다. 그래서 '선생 X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하는가 보다.

내가 방학이 되면 꼭 하는 일이 또 있다. 13년 교직 생활 동안 방학숙제처럼 연수를 받는 것이다. 연수를 받으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평소와 달리 학생의 입장에서 강사들의 강의를 듣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학생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할 것인지, 지금까지의 교수법에 문제는 없었는지, 우리 반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는 무엇인지,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등 반성과 함께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이번 방학에는 '수업 컨설팅'에 대한 연수를 받고 있다. 연수를 받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맛에 연수원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지금은 연수를 받으며 얻은 내용을 '교실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년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학이 되면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빠진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하지 않던가? 가정을 돌보지 않아 나에게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교사로서의 역할 또한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학원도 가고, 간식도 만들어 주고, 방학 숙제며 공부도 봐주고, 가족여행도 함께 다니면서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불어 학급 안에서 교사의 역할이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집안 대청소도 방학에 꼭 해야 할 일이다. 옷장, 냉장고, 책장 정리 등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버릴 물건들을 정리하고 하면 상쾌한 마음으로 새 학년을 맞이할 수 있다. 초등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1년에 한 번씩 교실을 옮기고 짐을 싸다 보니 나름 '정리의 달인'이 된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방학 때 꼭 하는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우리 학급 학생들 모두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것이다. 방학 동안 학생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개학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 간단한 전화 통화다.

학생들 대부분은 나의 전화에 매우 당황한다. 처음에는 놀라고 어색해하지만, 곧 반가운 목소리로 서로 안부를 묻고 개학날을 기약한다. 이렇게 학생들의 안녕을 확인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방학 중에도 우리 반 29명은 모두 나의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방학 중에 내려오는 공문 처리하기, 당직 근무하기, 학년말 마무리와 새 학년 교육과정 짜기, 개학 준비하기 등의 일 처리를 위해 학교에 출근해야 한다. 방학 중에 학교에 나가 일 처리를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역시 학교는 학생들이 왁자지껄하며 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 달 후에는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게 된다. 새로 맞이하게 될 우리 학급의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 '방학'이라는 시간을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고 있다. 내게 맡길 새로운 학생들을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힘차게 발돋움할 준비를 부지런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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