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경찰청은 지난 26일 '당진 화재' 사건과 관련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상구 기자 ttiger39@ |
<속보>=지난 26일 일가족 5명이 사망한 당진시 합덕읍 화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타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들을 포착,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 대한 1차 소견에서 숨진 김모(76)씨 부부 목에 흉기로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또 손자(9)는 줄로 목이 감긴 채 발견돼 질식사 한 것으로 추정된다.
폐 등에서 연기를 흡입한 흔적은 김씨 부부와 며느리, 손자 등 4명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다. 노 부부의 아들(46)에서는 흉기에 의한 상처 등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연기를 일부 흡입한 흔적이 나왔다. 경찰은 이에 따라 아들을 제외한 4명의 가족이 이미 불이 나기 전 사망한 것으로 보고,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노 부부의 아들 부부 행적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아들은 지난 25일 천안 집에서 부인과 다툼이 있었고, 옷을 덮어 아들과 부인을 안거나 업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담긴 CC(폐쇄회로)TV 동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 노 부부의 아들이 부인과 아들을 안고 나오는 모습을 지켜본 천안 같은 아파트 주민 등의 목격자를 확보했다.
경찰은 또 노 부부의 아들이 사는 천안 집의 바닥과 아들 및 부인의 옷 등에서 혈흔 8점을 발견했으며, 그 아내의 일기장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아내의 일기장에는 “남편이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내의 일기장 내용과 노 부부의 아들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점을 볼 때 당진으로 출발하기 전 노 부부 아들과 며느리 사이에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한 다툼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자영업을 하는 노 부부의 아들과 회사를 다니는 며느리의 계좌 및 채무관계 등을 확인 중이다.
또 아들이 다음날 어머니의 건강 검진을 받는다고 한데 따라 예약 병원 등을 확인 중이지만,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 및 타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일부 증거 및 정황들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라며 “가족들이 이제 막 장례를 치렀고, 큰 충격을 받아 수사가 여의치 않은 상태이며, 제3자의 범행 여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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