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세]사표(師表)를 잃은 아이들이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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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세]사표(師表)를 잃은 아이들이 길을 잃었다

[시사 에세이]김용세 대전대 교수

  • 승인 2012-01-30 14:17
  • 신문게재 2012-01-31 20면
  • 김용세 대전대 교수김용세 대전대 교수
▲ 김용세 대전대 교수
▲ 김용세 대전대 교수
어린 학생들이 따돌림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더니 방학을 맞아 주춤하는 형국이다. 이번에도 어른들은 마치 몰랐다는 듯 화들짝 호들갑을 떨며 한마디씩 원인을 말하고, 전부터 반복하던 비슷비슷한 대책을 먼지만 털어 나열했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 모든 교육자와 학부모가 정성을 다해 범정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참으로 지당하신 결론을 내놓는다.

이제 다음번 비극이 발생할 때까지 이 문제는 잊히는 것인가.

학생들 사이의 갈등과 따돌림을 교사가 모를 수는 없다. 좁은 교실 안, 겨우 30, 40명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폭력, 그로 인해 형성되었을 불편한 긴장을 교사가 어떻게 눈치 채지 못한다는 말인가. 끝내 몰랐다고 한다면 무능하거나 태만한 것이다. 최근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무능하고 부도덕한 교사와 교장이 학내외 문제 상황을 방치하고 은폐한 끝에 갈등이 심화되어 극단적인 형식으로 파국을 맞게 된 것이 저간의 자살사태다.

유감스럽게도 일선교사의 상당수가 교실을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 엄연한 사실을 인정해야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학생과 머리채를 맞잡고 싸우는 교사에게 일진을 제어할 권위 따위 남아 있을 리 없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학부모 때문에 교권이 무너졌다고 개탄하지만, 아이들이 못됐기 때문에 교권이 붕괴된 것이 아니다. 사표(師表)를 잃은 아이들이 길을 잃은 것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교육에 내재된 근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직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먼저, 일제 때부터 이어져 온 교원양성 시스템을 시급히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공립학교 교사로 임용되려면 누구나 임용고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므로 사범학교의 고유한 특성은 이미 상당부분 희석되기도 했다.

현재의 시스템에 내재된 진짜 문제는, 넷 중에 하나 고르기 수능시험을 거쳐 교대나 사대에 진학한 후, 이제 겨우 열아홉 살 대학 1학년 때부터 오로지 교사가 되겠다는 한 가지 꿈만 꾸다가, 또 다시 성적순으로 교직을 부여받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을 지니고 교실을 통제할 고매한 스승을 양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편, 목전의 사태에 대응할 단기 해법은 교육현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이다. 현재의 평가시스템에서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언제나 교사와 학교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니 일단 부인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하게 된다. 상황을 수습한답시고 피해자를 윽박지르거나 회유하기 일쑤다. 그리하여 교사와 학교는 더욱 신뢰를 잃어가고, 가해자는 점점 대담해져서 폭력이 도를 넘게 되는 것이다.

폭력사태는 교사의 힘만으로 막기 어렵다. 학교는 지역사회와 경찰의 협조를 적극 수용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학칙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위험 시간대에 경찰이 학교 내 순찰을 한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일탈행위 억제 동기가 형성된다. 선진국에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경찰작용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 우선이다. 어린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란 반드시 형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소년법의 보호처분, 학칙상의 징계처분을 비롯해 일탈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법은 다양하다.

학교를 경찰과 지역사회에 개방하면 아이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너무나도 간단한 이치를 외면한 억지다. 폐쇄되어 은밀한 곳과 공개된 장소 중 어디가 더 위험할지 생각해 보라.

학내 문제를 언제나 경찰과 지역사회에 공개해 함께 고민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사와 교장이 학내외 문제를 널리 알려 해결책을 모색하는 편이 평가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학생 간 갈등과 일탈을 은폐 축소하는 교사와 교장을 현장에서 축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감춰야 할 다른 치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국의 미래니 교육의 이념이니, 당신도 답을 모르는 거창한 담론 따위 일단 접어라. 교육부를 바라볼 것도 없다. 대전시와 충남 교육청이라도 먼저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손 놓고 새로운 비극을 기다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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