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등 중증외상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시스템과 인력이라는 주장이 제시됐다. 국내 중증외상 환자 10명가운데 4명은 예방가능한 사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나 인력과 체계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 27일 대전선병원(이사장 선두훈)은 선치과병원 강당에서 대전선병원 중증외상센터 개설 기념으로 '중증외상센터 설립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살린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장과 총상을 입은 미국의 영웅 한인의사 피터 리(Peter M.Rhee) 등은 한목소리로 중증외상 환자 생존을 위한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머리에 총상을 입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살려내 미국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피터 리 박사는 “어떤 병원이든 시설이 좋아도 그 안에서 자동차사고 환자를 치료할 의료진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머리부상, 척추, 뇌 등 심각한 중증외상환자들을 다룰 수 있는 세부적인 전공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슨 문제인지 발견할 수 있는 협진이 필요하고, 중증외상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등록을 담당하는 사람 등 관련된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한국 중증외상치료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짚어냈다. 그는 “응급환자 중 예방가능 한 사망률이 우리나라는 연간 33%인 3만명에 이르며 이 수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짐작된다”며 “중증외상 센터 설치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한국의 실정은 예산이 적다면서도 중증외상센터보다 암센터를 먼저 짓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응급의료센터만 좋아도 소용없다. 환자를 맞아 수술방으로 끌고 갈 전문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설이 좋아도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며 “현재는 정부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문제는 열풍이 끝나고 난 뒤 정부 정책과 보조금이 없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 유지할 지가 문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권역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증 외상환자를 적절하게 선별하고 골든시간 대에 이송할 수 있는 외상 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서길준 교수 역시 “우리나라 외상체계 현황을 보면 '예방가능한 사망률'이 감소하다가 최근 다시 증가했다”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외상전문인력부족과 외상센터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응급실에서의 초기처치와 치료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선병원은 지난해 8월 각 진료과 전문의 10여 명으로 구성된 응급외상 전담팀을 구성하고 중부권 최초로 중증외상센터를 가동 중이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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