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과 교권침해 등 무너지는 대한민국 공교육에서 학부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까지 '공부 압박' 스트레스로 우리 아이들의 정서적, 육체적 상처가 깊어지고 있지만, 학부모의 조급함과 무관심은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정교육의 부재다. 한 자녀 가정의 비중이 커진데다, 상당수의 학부모가 맞벌이라는 점이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진학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해 가장 민감한 사춘기를 홀로 또는 또래 속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대전시 동구 모 중학교 서모(35) 담임교사는 “30여명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학생의 학부모가 맞벌이”라고 말했다.
서 교사의 반 학생인 이동선(14) 군은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가고 집엔 9시쯤 간다.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고, 얘기할 것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가정교육 부재와 함께 학부모의 성적 지상주의도 문제로 꼽힌다.
심리 치료와 정서적 안정, 에너지 분출 등이 필요한 아이들이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조차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서 교사는 “일선 학교에서는 그런 문제로 상담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며 “학부모와의 갈등은 아이들을 더 변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지나친 관심 역시 문제다.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구는 학교운영위원회다. 물론 법적으로 의결 권한은 없다. 하지만, 학운위원의 40~50%가 학부모위원으로,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사안을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구 모 중학교 B 체육교사는 “체육 시간 전에 날씨와 자외선, 황사지수 등 확인한 후 야외활동 여부를 판단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흐려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린다며 수업 중단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자생기구인 학부모회도 있다. 학생체험과 인성 활동에서부터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좋은 활동도 있지만,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도 않다.
서구 모 중학교 C 교감은 “부모가 체육과 동아리 활동을 빼달라고 해서, 부모와 아이의 갈등이 심해지기도 한다”며 “어떤 아이는 '체육 안 해도 먹고살 수 있고, 약해지면 약 먹으면 돼요'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충남대 전우영(심리학) 교수는 “학교라는 경기장에 반칙을 예방하려면 심판과 반칙을 제재할 카드가 있어야 한다”며 “학부모의 협조가 너무 없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관여해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학부모가 교사와 학교에 대한 정보를 얻는 루트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학부모 주정석(41)씨는 “맞벌이다 보니 학교에 신경을 못 쓰고, 아이를 통해 가끔 얘기를 듣지만, 대화도 별도 없다”고 말했다.
이백희 갈마중 교감은 “상당수의 학부모는 자녀의 일방적인 전달을 통해 판단하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며 “한 자녀 가정과 맞벌이 부모 현실에 맞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남대 이상기(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입시제도 틀에서 학교와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생긴 조급증이 문제”라며 “편협한 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공부와 문화체육 활동의 균형이 유지될 때 아이들의 잠재력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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