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재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온 필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다만 대전지역의 물가는 2000년 이후 크게 5차례에 걸쳐 높은 상승과 둔화가 반복되는 순환 사이클을 보였는데, 상승기에는 전국평균보다 더 높게 상승하고 둔화기에는 전국평균보다 더 낮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상승기에는 공통적으로 농축수산물, 석유류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했고, 집세와 외식가격이 부가적으로 물가상승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최근의 상승기에는 총지수상으로는 0.9% 포인트 정도 높았는데, 수산품 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약 7% 포인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농축산물은 오히려 전국평균보다 낮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외 집세(2.7%포인트), 외식(2.2%포인트), 석유류(1.5%포인트)가 격차를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매월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하는 최근의 '시도별 주요 서민생활물가 30개 품목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지역의 생활품목의 가격수준은 전국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서민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도시가스 및 상수도요금 등 일부 공공요금과 쇠고기 삼겹살 삼계탕 칼국수 가격은 전국 평균에 비해 낮았고 세탁료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철 시내버스 등 교통요금, 숙박료 및 김밥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생활물가는 전국과 별 차이가 없는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국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서민생활물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소비자물가지수에는 포함된 '집세가격'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전의 경우 그간 아파트 입주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토지주택연구원 등 일부 공공기관의 이전에 따른 인구유입이 지속되고 세종시 건설 및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으로 주택수요가 크게 증가하였던 점을 상기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산품, 외식, 석유류, 숙박료 등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수산품과 외식 가격의 상승은 대전지역 주민들의 높은 소비생활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대전지역은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연구단지 및 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전문직·사무직 종사 고소득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이들이 곳곳에서 성업중인 대형 횟집 및 일식집 등에서 회식 등 각종 모임을 즐겼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외식가격 상승이 높은 이유는 KTX 등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거리가 멀지 않아 서울 수도권에서 가족들과 기거하면서 단신 부임하여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1인 가족 비중이 대도시중 서울 다음으로 높은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정부청사 및 각종 연구소 등을 업무차 방문하거나 계룡산 유성온천 등에 관광 온 외지인들로 인해 외식가격 뿐 아니라 숙박료 김밥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울러 대전의 높은 문화 의료 교육시설 등을 이용하기 위해 인접지역 주민들이 자주 방문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된 면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석유류 가격은 대전지역이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 인구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데다, 석유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가 여전히 많고 석유류에 대한 수요가 꾸준해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데도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하락하는 등 서민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하므로, 지자체 등 정책 당국자들은 물가움직임을 지켜보면서 품목별 수급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지 항상 유의하고, 인플레 기대심리가 생성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혹시 우리 대전이 명실공히 광역경제권의 허브로 성장하면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이해한다면, 필자만의 지나친 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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