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을 때는 북을 쳐요. 크게 칠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성악, 피아노 등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난생처음 자신의 악기를 갖게 된 장단비(12·가명)양은 매주 월요일만 되면 대전 대덕문예회관 강당을 찾는다.
이 곳에서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을 움켜쥐고 연습하는 '대전주니어드림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꿈과 희망을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숨은 재능을 발휘하는 학생도 있고, 가정환경 때문에 말이 없었던 아이는 합주를 통해 단체 안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며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세계적인 음악가 배출로 널리 알려진 '엘 시스테마'를 벤치마킹해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합주를 통해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는 데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음악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을 모두 전공자로 기르는 것이 아닌 문화 예술적 마인드를 갖고 진정한 '엘 시스테마'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장양 같은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니어드림오케스트라'는 예산상 어려움으로 50여 명에 불과한 청소년들만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가중되는 입시위주 교육에 따라 학생들에게 예체능은 '여유와 낭만'이 아닌 입시경쟁 속에서 오로지 '점수'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쉬는 시간,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모여 뛰놀 것만 같은 운동장은 텅텅 비어 있고 합창반, 악대부, 미술반 등도 찾아볼 수 없는 게 학교 안 풍경이다.
시립미술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선사박물관 등 문화공간에도 청소년들은 방학기간 숙제를 하기 위해 찾을 뿐 발길이 뜸하다.
입시위주 교육으로 인해 평상시 부족했던 점을 해결할 수 있는 예체능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현상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학교교육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읽을 수 있다.
전국 141개 초·중·고교 학생 49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상의 학생(60.2%)이 정규 교과 시간을 제외하고는 문화예술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왕따와 폭력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곳을 넘어설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충동적인 성향과 환경적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아픈 청춘을 치유할 수 있는 문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가치관을 바로 세워줄 수 있는 창의체험 등을 진행해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단발적 프로그램만 진행될 뿐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바로세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며 “기능적인 교육이 아닌 청소년들이 지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영 무용치료사는 “무용예술치료, 문화프로그램 등 수도권에서는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생소하게 느낄수 있다”며 “청소년들이 자아성장을 목표로 내면의 진정한 자아를 바라보고 키워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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