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세종시에 독립선거구 설치를 해준 마당에 천안을 분구는 정치공학상 어려운 것 아니냐”고 난색을 표하는 모양이다. 마치 충청권에 선거구 1곳을 늘려줬으니 됐다는 투다. 하지만 세종시 독립선거구 신설과 천안 분구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세종시는 ‘특별자치시’의 성격과 위상을 인정한 ‘특별’한 경우다. 천안을은 선거구가 인구상한선(31만406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분구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더욱이 충청권이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인구 512만 명의 충청권 선거구가 24곳인데 불과 12만 명이 많은 호남은 의원수가 31명이나 된다. 충청권은 인구 21만4000명 당 국회의원 1명을 뽑는데 비해 영남과 강원은 19만여 명, 호남은 16만여 명이 1명을 뽑는다. 이는 헌법이 정한 표의 등가성 원칙에 크게 위배된다. 2곳을 늘려도 턱없이 미흡한 판국에 1곳 늘려줬으니 된 것 아니냐는 인식은 충청민의 표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지역 정치권은 중대한 주권침해이자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선거구를 바로 잡는데 정파를 초월해 강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충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강원도와 경기도 의원들은 오늘과 내일 정개특위 위원들을 찾아 원주와 용인 기흥의 분구를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의원들도 정치적 힘과 역량을 보여줬으면 한다.
4·11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아직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여야가 시간에 쫓겨 당리당략으로 선거구를 획정할 위험성이 커졌다. 선거구가 감축되는 의원들의 반발로 획정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충청의 표 가치 훼손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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