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이렇게 사람 살아가는 이치가 명백한데도 한 탕을 노리는 불나방 같은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부류가 정치인들인데, 그들에게는 허세와 허풍만 있고 국민을 감동시키는 이야기가 없다. 무엇을 해서 자신의 지역구에 이익을 선사하겠다는 공약은 많아도 그 사람 때문에 행복해진 사람 이야기는 별로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자신이 똑똑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는 정당과 관계없이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예전의 부질없는 성공과 공적에 의지해서 한번 나서보겠다는 것인데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치판을 기웃거린다는 것 자체가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민생을 운운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이 가치의 절대적인 기준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이후, 가치의 절대기준으로 '사람'을 꼽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만큼 사람이 빠진 논리나 정치, 기술이나 예술이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물론 예전에는 전통이나 관습이 기준이 되기도 하고, 천박한 경제논리에 젖은 사람들은 돈이야말로 유일무이한 기준이라고 핏대를 세우면서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은 수단일 뿐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정설이다.
사람이 배제된 것은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픽이 아무리 훌륭하고 사실감이 넘치는 영화라도 인간적인 느낌이 공감되지 않으면 외면당한다. 반면에 사람의 이야기는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열광적인 호응을 얻는다.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로 인식되면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건물이 아무리 높게 올라가고 천문학적인 돈 이야기에 열을 올려보아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도 아직 돈이나 기술, 영상이나 이미지에다가 자신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임진년 새해에는 우리 대전시에 사람이 빠진 성공담이나 돈 이야기보다 사람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은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무슨 업체를 유치해서 경제적 유발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시민을 챙겨보겠다는 이야기가 더 큰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야기가 다짐을 낳고, 다짐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연대를 낳으면 큰 공장 하나보다도 더 큰 사회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염 시장이 페이스북에 절망적인 한 가정을 소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하자 수많은 시민들이 동감을 표시하고, 그 가정을 돕는 일에 참여하겠다는 댓글이 봇물을 이룬 것이 좋은 사례다. 대전을 감동적인 도시로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감동적인 대전은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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