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영 기자 |
자칫 도둑으로 비칠 수 있으니 남의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전시가 이런 평범한 교훈을 모르는 듯한 인사행정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시는 공모를 통해 이지호(53)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 1팀장을 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이사에 내정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미 확산된 사전 내정설로 인해 미술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공모기간 동안 여러 차례 '무늬만 공모'라는 지적이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고속 선정 절차 등 정해진 수순을 밟아와서 일까.
'무늬만 공모'라는 미술계 안팎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화예술인들은 지금까지 문화예술계 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수많은 내정설과 도마 위에 오른 주인공이 실제로 내정되는 결과를 지켜봐 왔다. 이런 인사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미술계 안팎의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 다음달 고암미술문화재단은 이지호 대표이사의 취임과 함께 항해를 시작한다.
고암재단은 위상 재정립, 타 미술관과 차별성, 공공성, 안정적 운영 등 고암의 작품 조명과 함께 세계적인 명품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지호 내정자가 고암미술문화재단을 바라보고 있는 대전 시민과 미술인들의 시선을 잊지 말고, 쌓인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져야하는 이유다.
2년 뒤 임기를 마치는 날, 지금의 따가운 눈총이 따뜻한 눈길로 바뀔 수 있을지 미술인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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