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 폭락으로 지자체가 한우 농가 지원대책을 내놓는가 하면, 농협이 한우 직거래 장터를 잇따라 개설하는 상황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24일 농식품부와 한우협회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수입위생조건을 지난 20일 관보에 게재했다.
이에 따라 2003년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후 중단됐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8년만에 재개된 것. 캐나다산 쇠고기는 현재 수출작업장 승인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내달 중·하순께 국내에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최근 한우 값 하락과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많은 물량이 들어올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에서 한우 값 폭락에 따른 지원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충남도는 지난 11일 암소 도태 보상금을 지급하고 설 명절을 맞아 사회복지시설에 한우고기를 지원하는 등 한우가격 폭락으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3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에 대해 한우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어제는 한우 소비를 외치고, 오늘은 수입쇠고기 빗장을 푸니 누구를 믿고 축산업을 하냐”면서 “급격한 소값 하락, 수입쇠고기 증가, 사료값 인상 등으로 한우 농가는 지금 아사 직전에 있는데, 쇠고기 개방을 졸속으로 진행해 한우산업을 파탄에 이른데 대해 정부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향후 강경투쟁 의지를 밝혔다.
지역 한우농가들도 정부의 쇠고기 개방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는 한우 값 폭락을 우려했다.
김충완 전국한우협회 대전충남지부회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 재개한 것은 시기적으로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한우 가격이 폭락해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국민까지 나서 한우 쇠고기 소비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한우 농가 지원정책이 '도루묵'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2배가량 늘었고, 캐나다산 쇠고기까지 들어오면 불안해진 한우 농가들이 한우 물량을 더 내놓을 수 있다. 이러면 한우 가격이 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