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와 대학 입시에서 체력장이 없어진 뒤 학생들에게 체육은 없었다.학생들의 큰 스트레스 분출구였던 체육 활동과 예능교육 부재가 학생 인성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게 교육학자들의 지적이다.
“체육수업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고교 졸업반 김나연(19·가명)양은 지난 1년 동안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김양은 “3학년 1학기 때에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 했는데 2학기에는 아예 없었다”며 “체육시간에도 대부분 자습을 했다”고 유명무실한 체육과목 현실을 전했다.
체육이 찬밥 취급을 받기는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중·고등학교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제대로 된 수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는 교사 10명 가운데 8명가량이 여성인 점과 무관하지 않다.
경력 7년차의 한 여교사는 “체육 교담(교과 담임) 마저 여교사인 경우가 있어 남자 교사가 직접 체육수업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여교사도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하는데 남자와 다르기 때문에 운동장 수업이 부담되기는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교육과정 기본법에 따라 초등학교 1~6학년과 중학교 1~2학년은 일주일에 3시간씩 체육수업을 받는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일주일에 2시간으로 준다. 고등학교는 3년 동안 5단위가 의무다.
예컨대 1~2학년 4학기 동안 일주일에 1시간씩 체육을 편성했다면 3학년에도 한 학기에 반드시 1시간을 넣어야 한다. 여기에 3년 동안 4단위를 추가할 수 있어 체육수업은 최대 9단위까지 허용되지만, 입시 우선 현실을 고려할 때 이같은 곳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같은 예체능인 음악 미술 역시 체육과 비슷한 사정이다. 초등학교 3~6학년은 각각 일주일에 2시간씩 중학교는 3년 동안 두 과목 합쳐 272시간을 해야 한다. 일주일에 과목당 1.5시간꼴. 고등학교 3년 동안에는 음악 미술 수업이 10단위로 진행된다. 국·영·수 등은 보충수업까지 합쳐 일주일에 10시간 가량인 것을 감안할 때 예체능 과목은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과정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입김도 예체능과목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다.
대전 모 고교 체육교사는 “3학년을 데리고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한 다음날에는 학부모들에게 항의 전화를 받기 일쑤”라며 “수능에 나오지도 않는 데 왜 체육을 하게 하느냐, 그 시간에 자습을 시켜라라는 식으로 험담을 듣는다”고 자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예체능 과목이 찬밥 취급을 받는 것을 두고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사회성 함양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충남대 이창섭(체육교육과) 교수는 “체육은 팀원끼리 협력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과목과 크게 다르다”며 “단순히 체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끼리 움직이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체육과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아이들은 비가와도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자고 조를 정도로 신체활동에 굶주려 있는 데 입시 때문에 그런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체육을 통해 연대감과 유대감을 기르고 소통할 기회마저 잃어버리는 것이다”고 우려했다.
한남대 김형태(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은 자기 욕구를 제대로 분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향이 크다”며 “체육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예체능 과목을 통해 평소 받았던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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