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준 저 |
그의 시는 '물푸레나무 가지 사이'에 그리움의 가족사부터 도시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서사의 거미줄을 걸어놓고 온갖 삶의 근심과 욕망을 포획하고 있다.
『물의 집』에 실린 시들의 거의 모든 주제나 토로 대상은 일상적이고 익숙한 것, 하찮고 미미한 것, 눈에 띄지 않고 더러 소홀히 여겨지는 현상과 사물, 관념에 집중된다.
그러기에 가녀린, 가난한, 고단한, 핍박받는, 순수한 대상들과 소통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복합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서의 집에 대한 시인의 진지한 성찰과 탐구는 결국 소박한 삶이 대접받는 낙관적인 세상의 도래를 꿈꾸면서 그러한 기대는 추측에서 확신으로 옮아간다.
김동준의 시는, 밤새 뒤척이는 먼 섬의 이마를 짚었을 때 전해오는 잔잔한 미열의 울림이 있다. 쉼 없이 기슭을 치는 물결처럼 오래 시를 매만진 흔적이 역력하다.
그의 시가 사물을 낯설게 분장하거나 말을 크게 비틀지 않고도 대상에 선명하게 다가가는 힘이 느껴지는 건 바로 그런 시인의 예민한 포충망이 있기 때문이다.
북인/김동준 지음/126쪽/7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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