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 회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
5년 전 필자는 2인승 경비행기를 한국에서 개발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경비행기 터보엔진 핵심부품 업체들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위치한 경비행기 설계(엔지니어링) 및 조립회사는 비행기의 동체 및 터보엔진 핵심 설계기술의 보유와 함께 부품 조립 및 시험 테스트 시설을 확보하고 있었다. 경비행기 동력장치의 핵심인 터보엔진은 외부의 부품 전문 가공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었으며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핵심 부품의 가공 및 제작업체를 방문한 것이다.
터보엔진의 블록, 노즐, 연소실 등 핵심부품 가공회사는 대부분 엔지니어가 설립한 작은 전문중소기업으로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쳐있었다. 핵심기술자에 대해 알아본 결과 인근 지역대학인 스탠퍼드, UCLA, USC, CSU(Pomona), UC 산디에이고 등의 기계공학과 관련 졸업생으로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5축 CNC 정밀 공작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비행기의 최첨단 부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지역대학에서 이공계 인력이 배출되어 중소기업을 설립했거나 강소기업의 핵심기술자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경비행기라는 최첨단 핵심제품과 부품이 지방대학에서 배출한 엔지니어의 머리와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2011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000달러라는 발표가 며칠 전 있었다.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지나서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려면 대기업 위주의 대규모 장치산업과 더불어 중소기업 중심의 고부가가치의 핵심 부품과 신소재, 첨단 제조장비 등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의 설계와 첨단 가공, 정밀 조립 분야의 강한 전문기업이 되기 위해 우수한 공학기술자확보는 필수요소다. 언제까지 지방의 기업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 인력의 확보를 위해 서울 가까운 근처로 옮겨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공과대학은 꼭 서울이나 인근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공학은 자연과 우주현상을 관찰하여 정립 된 순수과학의 응용분야다.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실천적 적용과 함께 경제성을 강조하는 분야다. 엔지니어와 공과대학 졸업생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활동 무대이고 기업은 스포츠 경기와 같이 품질과 생산단가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서울과 지방 공과대학간의 특성화된 분야별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전문분야에서 활동해야 할 졸업생의 공학적 기본 능력은 동등해야 한다. 일정한 공학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엔지니어(기술자)는 전문가(프로페셔널)가 되어야하고 수준 미달의 기술자는 글로벌 중소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서울지역의 많은 공과대학 학생들이 주위의 넥타이 부대들을 보고 느끼면서 장차 지방의 산업체에서 현장기술자로 성공하는 꿈을 꾸기는 매우 어렵다.
일부 지방대학 또한 공학기술자로서 기본적 자질이 부족한 졸업생을 배출해서는 안 된다. 기업에서 생존할 수 없는 공대 졸업생의 양산은 개인에게는 엄청난 시간과 경제적 손해를 줄 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 졸업생 수는 미국과 거의 같으며 OECD 국가 중 최상위급에 속한다. 서울 소재 공과대학의 지방 산업단지근처로의 과감한 이전뿐만 아니라 지방대학 또한 창의적 교육시스템의 구현, 산학협력을 통한 실천적 연구시스템 개선, 그리고 고객 및 평생교육 지향의 교육행정시스템 개편으로 품질 중심의 공학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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