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중소기업 인력난과 공학교육 혁신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광선]중소기업 인력난과 공학교육 혁신

[수요광장]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 회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 승인 2012-01-24 13:20
  • 신문게재 2012-01-25 21면
  • 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 회장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 회장
▲ 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 회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 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 회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최근 필자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천안의 이차전지 관련 N 중견기업 부설연구소는 회사에서 필요한 인력의 확보가 어려워 서울 인근인 분당으로 연구소 전체를 옮겼다. 대구에서 연 6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산업용 컴프레서 D 중소기업 사장은 연구소와 제2공장 부지로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분당이나 경기도 평택 이북 지역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매출 100억원 내외의 고압 강관성형기 T 전문 업체를 평생에 걸쳐 일군 공고 출신의 사장은 지난 몇 년간 미국, 독일의 글로벌 동종업체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찾다가 이제는 지쳤다고 한다. 부산소재 이 회사는 월급도 대기업 수준으로 올려주었고 야간 대학원에 다니는 직원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5년 전 필자는 2인승 경비행기를 한국에서 개발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경비행기 터보엔진 핵심부품 업체들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위치한 경비행기 설계(엔지니어링) 및 조립회사는 비행기의 동체 및 터보엔진 핵심 설계기술의 보유와 함께 부품 조립 및 시험 테스트 시설을 확보하고 있었다. 경비행기 동력장치의 핵심인 터보엔진은 외부의 부품 전문 가공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었으며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핵심 부품의 가공 및 제작업체를 방문한 것이다.

터보엔진의 블록, 노즐, 연소실 등 핵심부품 가공회사는 대부분 엔지니어가 설립한 작은 전문중소기업으로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쳐있었다. 핵심기술자에 대해 알아본 결과 인근 지역대학인 스탠퍼드, UCLA, USC, CSU(Pomona), UC 산디에이고 등의 기계공학과 관련 졸업생으로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5축 CNC 정밀 공작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비행기의 최첨단 부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지역대학에서 이공계 인력이 배출되어 중소기업을 설립했거나 강소기업의 핵심기술자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경비행기라는 최첨단 핵심제품과 부품이 지방대학에서 배출한 엔지니어의 머리와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2011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000달러라는 발표가 며칠 전 있었다.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지나서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려면 대기업 위주의 대규모 장치산업과 더불어 중소기업 중심의 고부가가치의 핵심 부품과 신소재, 첨단 제조장비 등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의 설계와 첨단 가공, 정밀 조립 분야의 강한 전문기업이 되기 위해 우수한 공학기술자확보는 필수요소다. 언제까지 지방의 기업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 인력의 확보를 위해 서울 가까운 근처로 옮겨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공과대학은 꼭 서울이나 인근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공학은 자연과 우주현상을 관찰하여 정립 된 순수과학의 응용분야다.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실천적 적용과 함께 경제성을 강조하는 분야다. 엔지니어와 공과대학 졸업생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활동 무대이고 기업은 스포츠 경기와 같이 품질과 생산단가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서울과 지방 공과대학간의 특성화된 분야별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전문분야에서 활동해야 할 졸업생의 공학적 기본 능력은 동등해야 한다. 일정한 공학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엔지니어(기술자)는 전문가(프로페셔널)가 되어야하고 수준 미달의 기술자는 글로벌 중소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서울지역의 많은 공과대학 학생들이 주위의 넥타이 부대들을 보고 느끼면서 장차 지방의 산업체에서 현장기술자로 성공하는 꿈을 꾸기는 매우 어렵다.

일부 지방대학 또한 공학기술자로서 기본적 자질이 부족한 졸업생을 배출해서는 안 된다. 기업에서 생존할 수 없는 공대 졸업생의 양산은 개인에게는 엄청난 시간과 경제적 손해를 줄 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 졸업생 수는 미국과 거의 같으며 OECD 국가 중 최상위급에 속한다. 서울 소재 공과대학의 지방 산업단지근처로의 과감한 이전뿐만 아니라 지방대학 또한 창의적 교육시스템의 구현, 산학협력을 통한 실천적 연구시스템 개선, 그리고 고객 및 평생교육 지향의 교육행정시스템 개편으로 품질 중심의 공학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속보] 4·2재보선 충남도의원 당진 제2선거구 국힘 이해선 후보 당선
  3.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4.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5. 세종시 문화관광재단-홍익대 맞손...10대 관광코스 만든다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