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김형태 총장은 총장(總長) 아닌 총종(總從)이 돼 대학과 지역사회를 섬기겠다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다. 김 총장은 등록금 인하와 정원 감축 등 강도 높은 대학구조 조정 압박 속에서 대폭적인 구조개선과 지표관리로 '사학 명문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산학협력 및 국제화, 대외협력의 강화를 위해 대외협력부총장제 신설, 첨단강의동 신축 등을 비롯해 대전국제학교(TCIS) 부지 글로벌 캠퍼스 조성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집자 주>
-한남대 출신 첫 연임 총장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소감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개인적으로도 물론 큰 의미가 있지만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고 앞으로 개교 100주년을 준비해 나갈 중대한 역할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 2008년 취임 당시 “총장(總長) 아닌 총종(總從)이 되어 대학과 지역사회를 섬기겠다. 화합과 소통을 이뤄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가고자 기쁜 마음을 갖고 노력해왔다. 지난 4년간 대학 구성원이 누구 할 것 없이 화합에 동참해준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이사회에서 연임을 지지해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취임 당시 가장 최우선적으로 시작한 일이 우리 대학의 원형회복이었다. 오랜 역사를 거쳐오며 갈라터지고 상처 난 곳을 서로 어루만져 주고 대학 스스로가 치유될 수 있도록 창학 정신을 회복, 모든 구성원이 화목한 분위기에서 웃으며 만나고 서로 뜻을 합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앞으로의 4년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 화합을 통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뿌듯한 마음도 든다. 지난 4년동안 정문과 후문 도로 확충, 첨단 강의동 신축, 경상대 증축 등 하드웨어가 크게 개선됐다. 교수연구논문실적 충청권 1위를 비롯해 대학 경쟁력을 나타내는 각종 교육 인프라가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앞으로 대학기관평가인증에 대비한 다양한 평가지표들을 경쟁력 있게 개선해야하고 동시에 취업률 극대화, 발전기금 확대유치, 고도의 국제화 전략 등 어느 것도 미룰 수 없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한 상태다.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아마도 이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교육환경 변화에 한발 앞서 도전하라는 믿음과 격려를 담은 채찍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부가 대학구조 조정이라는 고강도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대한 한남대의 방안은 무엇인가.
▲오는 10월 중에 있을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앞두고 대폭적인 구조개선과 지표관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올해 최우선적인 추진 사업은 교육 역량을 최대한 집중,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과별 졸업인증제를 도입하고, 수요자 중심의 학사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남대는 입학과 동시에 경력관리시스템을 통해 4년 후의 진로계획을 2~3개로 설정하고 교수를 멘토로, 인재개발처의 지휘 아래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부터는 취업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토익, 토플 및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해 각 학과에 특별예산을 지원하는 등 대학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매년 5% 이상의 취업률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등록금 평균 5% 인하와 함께 기존 장학금 외에 77억 원의 장학금을 추가확보해 저소득층 학생을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이는 약 7.4%의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 효과에 해당된다. 장학금 확충 재원 확보를 위해 각종 경상비를 최대한 절감하고 교수, 직원, 동문과 지역사회 등을 대상으로 '장학기금 100억 원 모금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 현재 80억 원 가까운 기금을 모은 상태다. 이밖에도 산학협력 및 국제화, 대외협력의 강화를 위해 대외협력부총장제 신설, 첨단강의동 신축 등을 비롯, 대전국제학교(TCIS) 부지 글로벌 캠퍼스 조성 등이 올해 추진될 것이다.
-리더십 강좌에 남다른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은 어떤 리더십을 갖췄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리더십이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
▲취임 직후부터 섬김의 리더십을 대학 운영의 최우선으로 생각해왔다. 좋은 리더십이란 무작정 끌고 가거나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질책보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어떤 말을 하기보다 먼저 뒷모습을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살림이 안팎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시기에 과감하게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리더십이 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이 모인 대학에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화합과 섬김의 리더십이 오래 보면 큰 장점이 되리라 확신한다. '위로만 크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高樹靡陰 獨木不林)'는 중국 '후한서'의 문장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앞으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데 이정표로 삼고 모든 구성원과 함께 열심히 뛸 것이다.
-'한남대스러운 한남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남대다운 것이 무엇인가.
▲최근 시내버스를 타보시면 '다음 내리실 정류장은…'하는 안내문구 사이사이에 '한남대 학생은 버스 안에서 자리를 양보합니다' 라는 이색적인 문구를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대학들이 취업률을 비롯해 이런 저런 수치를 과대포장하며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남대의 이런 광고는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하고 촌스러워서 외면당할 것만 같았다. 이 광고는 오히려 시민들로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학교폭력이 도를 넘었다. 교육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많은 요즘 세태에 이 광고는 인성의 중요성을 당당히 내세우면서, 실천적인 캠페인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남대에 가면 사람 된다' '한남대 출신이면 채용하겠다'는 평판이 나올 테니 지켜봐달라.
-지역밀착형 대학으로서의 한남대의 역할에 대해 말해달라.
▲2005년부터 한남사회봉사단을 창단, 교수·직원·학생별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체계화하고 있다. 재학생은 72시간을 의무적으로 봉사해야만 졸업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졸업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대덕구와 손을 잡고 영어학습센터인 '대덕-한남 잉글리시 하우스'를 개관, 원어민 교수들이 직접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영어학습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민에게 전해줄 신년 덕담이 있다면.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한남대는 지역사회의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하고, 어려움에는 함께 고민하며 늘 지역과 더불어 성장하고 사랑받는 대학이 되겠다. 입학생의 70% 이상이 대전·충청지역 학생들로, 지역밀착형 대학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대학이 되고자 노력하겠다.
●김형태 총장은
논산 출신, 논산 대건고, 한남대 영문학과(학사), 필리핀 데라살(De La Salle)대(석사), 충남대 (박사) 등에서 학위를 받았다. 1981년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로 부임, 이후 기획처장, 교육대학원장,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대전지역대학발전협의회 공동회장, 한국상담학회 회장, 한국교육자선교회 중앙회장 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현재 아시아·태평양기독교학교연맹(APFCS)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제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담=오주영 문화부장·정리=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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