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 학교에서 9개월밖에 근무하지 못해 학생들과 제대로 된 상담은 거의 불가능했다. 학교 측에 여러 차례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B 교사는 “상담은 특성상 일회적이거나,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체계적인 상담 체계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선 학교들이 상담 시스템을 외면하고 있다.
현행 규정과 예산 등을 이유로, 상담 교사를 사실상 '알바생'으로 여기는가 하면,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담 문화 조성에는 무관심한 수준이다.
Wee센터는 대전교육청과 동·서부교육지원청에, Wee클래스는 일선 학교에서 운영되며, 이곳에는 모두 124명의 상담 교사가 있다. 이중 전문 상담 교사(정교사)는 26명이고, 나머지 98명은 상담 인턴교사다. 초·중·고교는 모두 289곳이지만, 상담 교사가 배치된 곳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상담과 인턴교사에 대한 일선 학교의 인식 문제다.
학교 폭력 등을 가장 많이 접하는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상담 교사는 모두 전문 교사가 아니다. 정교사 자격증이나 상담사 과정을 수료한 교사들이다. 게다가, 모두 최대 9개월짜리 계약직이다. 방학 중 계약직을 둘 수 없다는 규정에다, 근무기간이 1년이 넘으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대전지부가 19일 성명을 내고, “인턴교사가 아무리 헌신적인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9개월 계약제로 근무하면서 안정적인 역할 수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은선 서부교육지원청 전문 상담 교사는 “자체적인 시스템을 넘어 다양한 외부 전문가그룹과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각 지자체 보건소에 설치된 정신보건센터나 의사회 차원에서 정신과 진료 및 상담을 해주는 네트워킹이 필요해 보인다.
상담 인턴교사의 활동 보장과 자유로운 상담 문화 조성도 필요하다.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하지만, 학교 폭력 등의 상담 과정에서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상담 교사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일선 학교의 설명이다.
이백희 갈마중 교감은 “우리 학교 인턴교사는 1년 6개월이나 근무할 정도로, 인정받는다”며 “제도와 자격,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전우영(심리학과) 교수는 “전문 상담 교사와 일선 학교의 상담 업무 전담 교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상적인 학생들까지도 자연스럽게 상담실을 찾을 수 있는 문화 조성”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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