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승]추억·꿈을 키우는 학창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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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승]추억·꿈을 키우는 학창생활

[중도춘추]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러시아학과 교수

  • 승인 2012-01-19 15:05
  • 신문게재 2012-01-20 20면
  •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러시아학과 교수
▲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러시아학과 교수
최근 연이은 중고생들의 자살이 급우 간 따돌리기와 집단폭력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한 여고생이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를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친구가 또 다시 자살하는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진회니 뭐니 해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을 만들고 떠들썩했던 것이 불과 7년 전인 2005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 예방 및 대책은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 채 오히려 학교폭력이 더욱 확산되고 일상화되었으며 급기야는 연쇄자살이라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만 단순한 다툼의 형태를 벗어나 집단적이며 지속적인 형태로 되었을 뿐 아니라 연령대도 초등학교까지 확산되었다. 그리고 평소에 폭력과는 관계가 없는 정상적인 학생들이 특별한 이유없이 특정 학생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것이 일상적이 되고 있다. 이 경우 가해학생들은 자신이 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 또는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따돌림에 동참을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해학생들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재미로 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빵 셔틀'이니 '충전기 셔틀'이니 하는 여러 형태의 협박과 금품갈취, 폭행, 심지어 '신체포기각서' 까지 강요하고 있다는 것에는 그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병아리를 아파트에서 떨어뜨리고 애완동물을 전자레인지에 넣는 아이들을 보았을 때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폭력적이고 극단적으로 만들었을까?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목적지향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영상매체, 부모들의 무관심과 이기주의 - 이러한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오늘의 학교폭력을 만들어낸 구조적 요인들일 것이다. 또한 좋은 대학과 성적만을 강요하는 줄세우기 식의 살벌한 교육현장이 아이들의 인성을 삭막하고 메마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인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가지는 익명성이다. 인터넷 등에서 보이는 마녀사냥 식의 댓글달기, 신상털기, 이러한 풍조에서 만들어진 비방과 욕설로 가득찬 문자보내기가 피해학생들을 정신적으로 더욱 힘들게 했을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를 통한 비방과 욕설은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가해학생들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반면 피해 학생은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과 공간조차 찾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정부는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학교폭력기록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처벌이 만능이 아님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낙인찍기는 오히려 자포자기의 마음을 불러오고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폭력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그것을 입시전형자료로 제공한다는 발상은 학교폭력의 구조적 요인인 성적지상주의를 또 다시 동원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담기관의 활성화나 처벌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인성을 살리는 교육환경을 되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다양한 사람과 생각, 행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더불어 사는 생활, 함께 만들어 가는 생활, 다양하고 폭넓은 사고와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꿈을 키우는 학창생활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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