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기본좌' 3인3색 맞대결… 극장갈 맛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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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기본좌' 3인3색 맞대결… 극장갈 맛 나네

안성기 비호감 캐릭터 '쾌감'vs김명민 자세·호흡 '완벽 마라토너'vs황정민 웃음 속에 진정성 담아내

  • 승인 2012-01-19 14:13
  • 신문게재 2012-01-20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정극에서 코미디까지 똑 부러지는 연기를 자랑하는 50년 내공의 안성기, 집요하달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극중 인물에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의 달인 김명민, 연극 무대에서 다져진 몸짓으로 카멜레온 연기를 펼치는 황정민. 연기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연기본좌' 세 사람이 맞대결을 펼친다. 설 극장가 차림상은 아주 맛이 있다.

선거, 사법권력의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슈퍼스타K, 마라톤, 올림픽(올해는 베를린올림픽의 영웅 고 손기정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다) 같은 트렌드까지, 반찬 수도 많지만 숟가락이 가는 건 역시 3인방이다. 바로 연기의 맛이다.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 출연: 안성기, 박원상, 나영희, 문성근

“법은 아름다운 겁니다. 법은 수학과 같아요.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죠.” '법학개론' 강의가 아니다. 수학교수 그것도 피고인이 언감생심 판사와 검사에게 들이대는 '썰'이다. “법대로 하라”고 주장하는 그는 판사에겐 검사를, 검사에겐 판사를 고발하라고 요구하고, 재판부를 향해 화살을 날린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부러진 화살'은 시종 사법부와 피고인이 뒤집힌 희한한 법정 풍경을 펼쳐놓는다. 고개 숙인 검사, 짜증내는 판사, 꼿꼿이 서서 할 말 다하는 피고인. 이 전도된 황당한 풍경이 불편하거나 씁쓸하기는커녕 통쾌하다. 2007년 복직소송에서 패소한 교수가 판결을 내린 판사를 찾아가 저지른 이른바 '석궁테러사건'. 영화는 이후 법정 논란에 초점을 맞춘다.

안성기는 '국민배우'라는 별명이 선량한 인간미뿐만 아니라 연기를 잘 해서라는 사실을 새삼 각인시킨다. 그가 연기하는 전직 대학교수 김경호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 '괴짜' 수준을 넘어 속된 말로 '진상'이다. 안성기는 이 비호감 캐릭터를 끌어안고는 굉장한 극적 흥분으로 폭발시킨다. 여기에 정지영 감독의 '관록'이 흥을 돋운다. 무거울 수 있는 법정드라마를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드러내 무게를 덜어내는 솜씨, 그게 바로 '연륜'일 것이다. 느물느물한 변호사 박원상, 오랜만에 카리스마를 선보인 나영희, '골통보수' 판사를 연기한 문성근 등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다.

신나는 설날, 울화통 터지는 '불편한 진실'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라는 대사를 치르는 올해, 분통터지는 세상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만큼은 약이 될 수도 있겠다.

●페이스 메이커-감독: 김달중 출연: 김명민, 고아라, 안성기, 조희봉

“넌 좋아하는 거랑 잘할 수 있는 것 중에 뭐 하면서 살고 싶냐?” 마라토너 주만호는 자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지원에게 묻는다. 주만호의 고민은 설날 아침 누구든 스스로에게 한번 해봄직한 질문이다. 주만호는 페이스메이커다. 우승후보가 1등으로 결승선을 끊을 수 있도록 페이스 조절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하는 선수. 주만호는 그가 잘할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로 뛸 건지, 꼭 하고 싶은 완주에 도전할 것인지 고민한다.

'페이스메이커'는 평생 다른 선수를 위해 페이스메이커로 뛰어온 마라토너가 생애 처음 오직 자신만을 위한 42.195㎞ 꿈의 완주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봉주를 키운 오인환 감독의 지도에 인공치아를 덧대어 주만호로 완벽 변신한 김명민은 극에 사실감을 불어넣는다. 당연히 진한 감동도 그의 몫.

마라톤은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혼자만의 싸움일까. 만호를 응원하는 지원(고아라), 시종 냉철한 감독 박성일(안성기)도 그의 성공을 바란다는 점에선 페이스메이커다. 그래서 영화는 묻는다. 당신에겐 당신의 삶을 이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있습니까? 당신은 다른 누군가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돼주고 있습니까? 설날에 한번 생각해봐야 할 화두다.

●댄싱 퀸-감독: 이석훈 출연: 황정민, 엄정화, 이한위, 정성화

“돈이 없어가 비싼 분유 못 멕이는 부모들 마음 알아요? 모유 수유 하자는데 엄마들이 무슨 젓솝니까!” “얼라들 학교 급식이요? 엄마 아빠 다 맞벌이로 회사 나가 있는데 애들 아무도 없는 집에 기냥 보내요? 혼자 밥 차리 먹으라꼬? 학교에서 애들 돌봐주는 기지요. 엄마 아빠가 느그들 이렇게 밥 먹일라꼬 열심히 일하신다고요.”

올 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들은 '댄싱 퀸'을 꼭 보길 권한다. 황정민의 얘기를 들어봤으면 싶은 것이다. 독재타도, 민주주의도 좋지만 보육비 무상급식 등록금 같은 팍팍한 현실에 생기를 주는 것들도 좀 돌아보라는 얘기다. '댄싱 퀸'은 어쩌다보니 서울시장 후보가 된 정민과 평생 바라던 꿈을 이룰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은 정화. 꿈을 향한 두 사람의 도전을 그린 코미디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어” 싶은 상황을 그런가 싶게 만드는 건 황정민-엄정화의 연기다. 두 사람은 영화 안에서도 본명과 같은 이름으로 나와 배역에 꼭 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꿈을 좇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부추긴다. 자식들 낳아 키우느라 꿈을 잊은 엄마들. 혹시 “그 나이에 무슨 꿈?” 하고 누가 속을 긁거든 정화처럼 쏘아붙이시길. “네 꿈만 꿈이고, 내 꿈은 개똥이야?”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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