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대신 양지로 끌어내고 사회적 관심으로 보듬어야

  • 사회/교육
  • 교육/시험

'쉬쉬'대신 양지로 끌어내고 사회적 관심으로 보듬어야

맞은 학생도 때린 학생도 모두 피해자 강도높은 처벌보다 인성교육서 해법을

  • 승인 2012-01-18 18:03
  • 신문게재 2012-01-19 1면
  • 오주영·윤희진 기자오주영·윤희진 기자
●학교폭력 대책 실효성 있나-3. 학교폭력 공론화해 해결하자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나 피해학생 모두가 결국에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모습에 교육 당국이 허둥이고 있다. 교육 주체들은 대전 여고생의 연이은 자살 사태에 서로를 보듬는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를 막는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학부모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숨기지 말고, 공론화하자=학교 폭력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오히려 시대를 거슬러 오를수록 학교 폭력 문제는 심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참고 숨기며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무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여전히 일선 학교 곳곳에서 은밀하게 감춰지는 학교 폭력 역시 '터지면 서로 피곤하다'는 무책임이 밑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게 교육학자들의 진단이다. 폭력은 숨기면 숨길수록 독버섯처럼 퍼지며 폭력이 폭력을 낳는 폐해를 방치한 게 작금의 학교 폭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나중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도 연출되기 때문이다.

김신호 대전교육감은 “이제 학교 폭력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야 할 때”라며 “공론화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전우영(심리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조사와 처벌 권한, 상담기능을 갖춘 공인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은 강도 높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엄포했다. 경찰까지 '엄격한' 처벌 여론에 동참했다. 올 들어 13일 만에 학교 폭력 신고(685건)가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학교 곳곳에 회의감과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나효숙 글꽃중 교장은 “처벌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른 품성과 인성교육”이라며 “특히, 친구들끼리 아끼고 보듬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성환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어린 학생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건 교육을 포기하고, 어른들의 비겁과 무책임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고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을지대 유제춘(정신과) 교수는 “감수성이 풍부한 민감한 시기일수록, 강압적인 건 좋지 않을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자녀의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듬고 감싸자=학교 폭력 문제는 이미 교육계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커졌다. 가정과 학교는 기본이고, 이제 전 사회적으로 아이들을 향한 시선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나태순 대전교육청 장학관은 “맞벌이와 결손 등 가정마다 사정이 달라 가정교육을 탓할 순 없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심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환재 대전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상담하는 상당수의 청소년은 관심을 받길 원한다. 가정과 학교를 넘어 이제 지역사회가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전우영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사회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따돌리는 걸 용납하는 문화가 있다”며 “다양성을 수용하는 어른들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은 잘못된 어른들의 문화를 더욱 변형해 악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대 김형태(교육학과) 총장은 “아이들의 무한 자유를 무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가정과 청소년이 자기 욕구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교사에게 통제권을 주고, 어른은 어른의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 상실됐던 사회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오주영·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