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美 채프먼대 로스쿨 방문교수 |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인들은 대한민국에 부러움 섞인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한국 경제를 속속들이 분석해보면 중산층의 몰락, 높은 청년실업률, 계층 간 양극화 심화 그리고 가계부채 급증 등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를 바짝 따라붙었고, 삼성전자의 LED TV와 휴대폰은 일본의 소니 등 전자업체를 따돌리고 세계 1등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고 LG의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한때 일본이 독차지했던 시장을 빼앗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첨단제품을 만드는 대한민국을 이제는 부러움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와 경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필자로서는 겉으로는 뿌듯한 생각이 들면서도 속으로는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빠지곤 한다. 그 불안감은 다름 아닌 우리가 그동안 경제적으로 본받으려고 애를 쓰면서 벤치마킹해왔던 '주식회사 일본'이 서서히 저물어 가는 모습에서 오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은 이케다 내각의 '소득배증 운동'에 따라 5년마다 경제발전 계획을 세웠고 일본의 산업을 수출중심으로 육성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만들어 냈다. 일본은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를 전 세계에 재투자하면서 정치·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야말로 일본정부와 일본의 기업이 일사불란하게 기업처럼 움직임으로써 '주식회사 일본'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고 학문적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학자들이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분석하고 도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렇게 찬사를 받던 일본 경제는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1990년대 이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주식회사 일본'은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다. 이제 구미의 어느 학자도 일본을 본받자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고, 언어와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은 한국은 그동안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 일본이 실행했던 정책을 벤치마킹해서 1960년대 이후 실행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면서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도달했다.
일본의 발전과정을 답습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필자의 불안감은 현시점에서 한국이 아직 일본과 같은 수준의 국민소득, 국가브랜드, 기업브랜드 그리고 노벨상수상자로 대표될 수 있는 연구개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에, 일본이 몰락하게 된 원인이 된 위험요소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데서 출발한다. 일본이 몰락하게 된 근본원인을 필자는 인구의 고령화로 보고 있다.
일본국민의 평균연령이 50세를 넘어가면서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도전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면, 도요타 자동차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70, 80년대에 20~30대 젊은 종업원들이 많을 때는 밤새워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았지만 이제 50, 60대가 다수인 기업에서는 종업원들이 고혈압, 당뇨 등 개인적인 건강문제로 밤새워 가면서 회사에 헌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취직하지 못하면서 평균 결혼연령은 30세에 가까워지고 있고, 막대한 교육비 부담과 부부가 둘이 벌지 않으면 평균 정도의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제사회구조는 아이를 하나 이상 낳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이 일본과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면 인구 고령화 시대를 현명하게 이끌어갈 비전과 정책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요즘 차세대 지도자로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들이 뜨고 있으니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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