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그런데 '충청도 양반' 별칭은 왜 나왔을까? 서울 사대부들은 살얼음판 정국의 '잠수 타기' 장소로 충청도를 택했다. 생존 전략상 너무 깊이 숨지는 않았다. 풍습과 지리상 서울에 가까운 충청도에서 후일을 도모했다. 『택리지』에 “권세와 이익에 쏠리는 경향이 짙다”고 지역 정서를 그린 배경에는 이런 사정도 반영됐다. 그러나 필자는 이중환의 행간에서 충청도민의 유연함이나 다양성, 조화로움을 읽는다.
▲ 정상기(1678~1752)의 '동국지도' |
프랑스의 치즈처럼 일본에 가면 400여 종류나 되는 라면에 입이 쩍 벌어진다. 그런 일본인들이지만 정치 성향은 '왕단순'의 단무치 무침 같다. 160여 가지 김치를 먹는 우린 어떨까? 박김치·장김치를 먹는 서울 사람과 갓김치·굴깍두기를 먹는 충청도 사람과 전복김치·파래김치를 먹는 전라도 사람, 깻잎김치·우엉김치를 먹는 경상도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김치만큼이나 정치판이 복잡다단한가. 그러지는 않다. 까다로운 프랑스에는 게임도 안 되고 일본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 정도다. 정치적으로만, 부분보다 전체라는 시각적 통일성으로 볼 때 대구나 광주는 (통일성은 모르나) 다양성은 부족하다. 대전과 충남, 충북은 안 그렇다. 대전과 충남이 다르고 선거구별, 동네별로 다르다. 남편과 아내도 같지 않다. 유권자도 없고 정책 없이도 되는 무주공산이 아닌 것이다. 민심이 살아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쏠림이나 배타가 지배하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될 수도 있는 곳, '싹쓸이'와 '텃밭'이 풍기는 일당 독점의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곳, 음식에 비유하면 비빔밥을 가장 닮은 곳이 충청도다. 전주 비빔밥, 진주 비빔밥보다는 대전 비빔밥, 천안 비빔밥, 청주 비빔밥이 향토음식이라면 알맞춤하게 어울렸을 것 같다.
▶설날이면 비슷비슷한 떡국을 먹는다. 떡국에 지방색은 있겠으나 몇몇으로 분류할 만큼 재료와 맛이 평준화돼 있다. 나름의 복잡성은 띠지만 한국정치도 딱 이만큼이다. 그 속에서 개개인 목소리의 어울림이 정치 선진화다. 민심도 모르고 설 민심이라며 나다닐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충청도를 멍청도로 보거나 만들지 말라는 거다. 겪을 대로 겪었다. 충공도, 청홍도, 공충도, 공청도, 홍충도, 홍청도 등의 역사적 상처로도 지겹도록 충분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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