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츠키 히로유키 저 |
난해한 청춘의 문법을 문학으로 풀어냈다. 기본적으론 이부키 신스케라는 인물의 성장기다. 신스케의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를 순차적으로 담아냈다.
시대 배경은 일본 제국주의가 극에 달했을 즈음. 그러니까 한국 독자 입장에서 보자면, 일제강점기가 소설의 시작이다. 저자의 성장기와도 겹친다. 1932년생인 저자는 일본 후쿠오카현(福岡縣)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기를 서울과 평양에서 보냈다. 한국 전쟁통에 일본으로 돌아왔고, 훗날 작가로 성장했다.
소설 속 주인공 이부키 신스케의 삶에선 그런 저자의 경험이 적잖게 묻어난다. 신스케는 지쿠호 지방의 석탄산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다. 그 즈음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다. 신스케의 성장기와 더불어 소설은 일본 근대사의 문제를 건드린다.
특히 조선인과 일본인의 관계를 묘사한 대목에 눈길이 간다. 신스케의 아버지 주조는 강제 징용된 조선인을 구하려다 죽는다. 신스케 역시 조선인 김주열과 인연이 얽힌다. 김주열은 주조 덕분에 목숨을 구한 인물이었다. 그는 그 보답으로 신스케 모자를 돌본다.
묵직한 역사를 배경으로 취했지만, 소설은 그 배경마저 청춘의 이야기로 끌어안는다. 소년 신스케를 얽매는 것은 장엄한 역사라기보다 청춘의 실존적 고민들이다.
그는 사랑과 성, 죽음이라는 문제와 겨루며 성장기를 통과해간다. 소설이 신스케가 성에 눈뜨는 과정에 적잖은 페이지를 할애한 것도 사랑이 청춘의 다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리라.
『청춘의 문』은 1권(고향편)과 2권(자립편)이 먼저 출간됐다. 1권은 신스케의 청소년기, 2권은 신스케의 대학 진학 이후를 그리고 있다. 4월까지 모두 7권이 완간될 예정이다. 이 장엄한 대하소설은 그러나 청춘의 문턱을 넘지 못한 지점에서 마무리된다. 20대 중턱에 이른 신스케는 여전히 청춘의 방황을 끝내지 못한 채 시베리아로 떠난다.
지식여행/지은이 이츠키 히로유키/옮긴이 박현미/ 1권 548쪽, 2권 492쪽/각 권 1만3900원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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