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약발이 없다. 대전 여고생 자살 사태에 정책 입안자들도 어안이 벙벙하다.
그동안의 인성교육 중심의 대책을 넘어 법과 제도를 동원한 강도 높은 엄벌책이 여론의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의 반응은 '글쎄'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학교 교육에 반영되면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쏟아지는 학교폭력 대책=정부와 전국 시·도교육감은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현행 14세인 형사처벌 연령을 12세 정도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학생의 학교 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징계기록을 학생생활기록부에 명시하는 방안도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 '전과' 기록을 남겨 입시는 물론, 향후 사회 진출에도 반영하겠다는 초강수다.
또 현행 학칙상 가해학생에게 전학을 권고할 수 있지만, 피해학생과 학부모가 거부할 경우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조항을 권고가 아니라 강제조항으로 바꿔 가해학생을 강제 전학시킬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강제전학에 따르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출석정지, 상급학년 진학 유예 등 단계별 조치, 학부모에게 과징금 부과 등의 대책을 대책까지 제시했다.
가해 학생의 징계 수위를 1회 10일 이내, 2회 20일 이내, 3회 30일 이내 등 점진적으로 높이고, 폭력 학생 일정기간 격리수용, 학부모 소환제,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공동 처벌 도입 등도 건의했다.
▲학교 구성원들, '글쎄'=학교 구성원들은 강도 높은 대책에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문화동 A 중학교 교장은 “현재 분위기상 밀어붙인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극약 처방 위주의 엄벌 대책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교육적 측면에서는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도마동 모 중학교 B 교사는 “아무리 해도 한계가 있다 보니, 솔직히 외부의 힘이 작용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며 “하지만, 교육자 양심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대책”이라고 말했다.
전민동 모 중학교 이모(15) 군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친구는 여전히 선생님을 무서워하고 있다. 우리를 너무 몰아세우는 것 같다는 얘기를 친구들과 요즘 많이 한다”고 전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교운영위원장 서모(46)씨는 “물론, 쉽게 넘어가선 안 되지만, 한순간의 잘못으로 아이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반대”라고 강조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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