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리 키신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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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헨리 키신저는 닉슨 행정부와 포드 행정부에서 대통령 안보 보좌관, 국무장관 등을 역임, 지난 40년간 중국을 통찰한 생생한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책을 냈다. 그의 이야기는 1971년 7월 9일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의 첫 장을 열었을 때에서 시작한다.
완고한 태도와 흠잡을 데 없이 정확했던 다른 공산권 외교 경험만을 상상하고 갔던 미국 측 비밀특사들은 자신들을 맞이하거나 대화를 이끌어가는 중국 측의 태도에서 먼저 놀란다.
긴장을 찾아볼 수 없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태도, 놀라울 만큼 영어에 능숙한 중국 외교관들, 당시 총리였던 저우언라이가 먼저 영접하러 다녀온 일화 등을 소개하며 키신저는 전통 중국식 외교의 첫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그는 당시 22년간 총리직을, 40년간 마오쩌둥의 참모로 일해왔던 저우언라이에 대해 “저우언라이는 탁월한 지성과 품성으로 좌중을 압도했으며 읽을 수 없는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았다”고 회고한다.
닉슨 행정부의 비밀 특사가 중국을 방문한 지 7개월 뒤 닉슨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저자는 닉슨을 만난 마오쩌둥의 격의 없는 농담과 함축적인 대화 스타일을 두고 '소크라테스 문답식'이라고 표현한다.
신랄한 말과 의견, 거미줄식 질문이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오쩌둥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작은 체구에 우울한 눈빛을 지닌 용감한 사람에 대해 엄청난 존경심을 지니게 되었다. 때가 오면 조국을 재건할 사람이었다”고 평가한다.
두 차례에 걸친 키신저의 비밀 방문,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의 대화는 '상하이 코뮈니케'를 성사시켰다. 맹방인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관계 선언, 각국이 외세 간섭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국제 질서, 소련 측의 영토 확장에 함께 반대한다는 뜻을 공표한 것. 이것이 미국과 중국이 40년 만에 전략적 협력의 문을 활짝 열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해석이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 게임인 체스와 바둑을 비교하며 두 문명의 차이를 분석한다. 체스가 결정적인 전투의 게임이라면, 바둑은 쉽사리 끝나지 않는 작전의 게임이기 때문에 바둑을 두는 사람은 판 위의 돌을 살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전개할 수 있는 강화 또는 증강 가능성까지 꿰뚫어야 한다는 것.
그는 『손자병법』이 중심이 된 중국의 군사이론도 같은 맥락이라며 중국과의 외교에서 알아야 할 핵심적인 노하우를 선물한다. 또한 그는 앞으로 대중국 정책과 전략에서 주요하게 다뤄야할 이슈를 경제문제와 북한 핵문제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삼각 외교와 한국 전쟁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제5장에서 키신저는 김일성의 전쟁 도발을 둘러싼 중국과 소련의 머리싸움을 세밀하게 들려주고 있다.
민음사/ 헨리 키신저 지음/권기대 옮김/696쪽/2만 5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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