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수 서울취재본부장 |
7월 1일 새역사의 장을 여는 세종시는 올 9월부터 2014년까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16개 중앙부처와 20개 소속기관 등 모두 36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자리매김 된다. 외형상 세종시는 산하에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전혀 새로운 모델의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이 거주하는 명품도시로 조성된다. 투입되는 돈 만도 총 22조5000억원에 이른다. 말그대로 국가적 대역사(大役事)의 산물이다. 겉으론 화려한(?) 모양새를 갖출 그런 도시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충청인들에게는 고난과 역경이 점철된 '인고의 세월' 그 자체였다. 행정수도로의 대선공약-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행정중심복합도시로의 위상 격하-이명박 정부의 수정안 발표-들불처럼 번진 지역민들의 반발-원안대로 추진 결정 등 일련의 과정이 그 반증이다. 그러기에 충청인들에게 세종시는 더더욱 소중하고 애틋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오랜 산통 끝에 태어난 종가집 늦둥이 외아들처럼. 해서 4월 치러지는 초대 세종시장 선출을 위한 선거의 의미는 역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를 눈치라도 챘듯 정치권도 이번 선거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민주당(현재의 민주통합당)은 세종시의 밑그림을 그린 것은 자신들이라는 점에서, 자유선진당은 충청도가 자신들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어찌됐든 방점을 찍은 것은 집권여당인 자신들이라는 점에서 세종시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자리인 것이다. 이런 지역정서적, 정치적 의미속에 탄생하게 될 세종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 또한 만만치 않다. 편입지역을 포함한 행정구역 조정, 특별자치시 위상에 맞는 조직 및 법규 마련, 예산 확보, 재정자립 확충 등 첩첩산중이다.
결국 초대 세종시장 탄생의 필요충분조건은 지역민들의 정서, 본인의 능력, 정치권의 협조 이 세가지인 셈이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인사는 과연 누구인가? 우선 최소 20~30년이 걸리는 장기적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혜안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세종시는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하고도 실험적인 도시 형태로 조성된다. 게다가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도 아니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미래지향적인 안목과 비전, 소신있는 철학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항목이다.
둘째는 소통을 통한 화합과 상생을 이루어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다른 국가적 대형 사업에서 보듯 사업 초기 단계에는 예상치 못한 갈등과 반목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세종시는 이른바 '현지인'과 '외지인'이 어쩔수 없이 어울려 살아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또 인근 자치단체와 이해 상충으로 빚어질 수 있는 갈등 봉합을 위해서는 통큰 포용력이 그래서 더 요구되는 것이다.
셋째는 기존의 정치세력에 물들지 않은 윤리적, 도덕적으로 청렴한 인물이어야 한다. 세종시는 앞으로 벌일 일이 많다. 타 지자체에서 보듯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은 태생적으로 온갖 비리 유혹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을 지휘, 감독해야 할 시장은 이들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중앙정부와 탄탄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종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곳이다. 열악한 지방재정으로는 국가적 대형 과제를 수행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예산및 국비확보 등 중앙정부의 투자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서의 행정 노하우와 끈끈한 인맥 확보는 사업 초기 단계인 세종시로서는 생명줄과 다름없다.
유권자이자 지역주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수 요소중 하나다. 친인척이니까, 우리 동네 사람이니까, 학교동문이니까 하는 식의 구시대적 고질적 병폐인 혈연, 지연, 학연 선거에서 벗어나 그 사람의 능력과 인물 됨됨이 자체가 판단 기준의 모든것이 되어야 한다. 세종시는 단순히 이 지역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도시가 아니고 그 동안의 과정에서 보듯 모든 충청인들의 피와 땀, 눈물, 열정, 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상징적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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