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사업단장 |
우리나라는 최근 틸트로터 스마트무인기 개발에 성공하면서 세계 두 번째로 틸트로터 항공기를 만든 나라가 됐다. 스마트무인기는 동체 양쪽 날개에 달린 로터를 수직으로 세워 수직이륙한 뒤, 다시 천천히 눕혀 프로펠러 비행기처럼 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틸트로터 항공기다. 활주로가 필요 없어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헬리콥터보다 높은 고도에서도 고속비행할 수 있다. 비행 시 스스로 충돌상황을 감지해 자동으로 위험을 피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무인기 개발사업에 착수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관련 기술이 전무 했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미국의 벨(Bell)사에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그러나 결과는 거부였다. 결국 우리나라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독자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틸트로터 항공기 기술을 개발한 나라가 됐다.
스마트무인기 기술개발의 성공은 우리나라가 미래형 항공기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도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국내에서 시도한 비행체 중 가장 앞선 항공기 기술이면서도, 독자적으로 기술을 획득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스마트무인기 기술개발로 일단 우리나라는 세계 틸트로터 항공기술 개발경쟁에서 우위에 섰다. 이는 단순한 '틸트로터 기술보유국'이 아닌, '실용 틸트로터 항공기 보유국'으로 진일보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 앞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틸트로터 항공기를 실용화·상용화 하는 것은 기술개발 자체 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다.
현재 틸트로터 항공기를 실용화 한 곳은 미국의 '벨'사가 개발한 'V-22 오스프리'가 유일하다. '오스프리'의 경우, 1952년부터 기술개발에 착수했지만, 30년이 지난 1982년에 이르러야 본격적인 실용화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10년 정도면 실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결국 20여 년이 지난 2005년에야 시장에 나왔다. 미국의 무인 틸트로터 항공기는 1986년에 기술개발을 시작해 13년이 지난 1998년에야 자동비행 시연을 했다. 그러나 실용화 단계이던 2006년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예산지원이 중단,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스마트무인기가 실용화되면 'V-22 오스프리'에 이어 틸트로터 항공기로는 세계 두 번째, 틸트로터 무인기로는 세계 첫 번째로 기록된다.
첨단 항공기의 실용화는 기술개발 단계보다 예산과 자원이 더 많이 투입된다. 그러나 실제 성공여부 및 시장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선뜻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항공산업의 발전은 국민소득 증대와 첨단 산업기술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개발주기가 길고 진입장벽이 높지만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으며 다른 산업분야로 기술적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T-50 고등훈련기 개발 및 양산, 한국형기동헬기 및 소형항공기 개발 등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직 해외 의존성이 크다. 국내 항공산업의 질적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때인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개발한 틸트로터 스마트무인기의 실용화 사업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틸트로터 항공기의 실용화에 성공하면 블루 오션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여러 중동국가에서 스마트무인기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틸트로터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미국의 헬리콥터 대기업도 기술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머지않아 우리 기술로 만든 틸트로터 무인항공기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하늘을 누비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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