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원장 |
이는 대전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청구한 감사요청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어떤 식으로 조사되고 결론이 날지는 아직 예측하기 이르다. 그러나 이번 감사는 그동안 지방의회에서 해외연수 때마다 나타났던 문제들에 대하여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사실, 지방의회의 해외연수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가에 대해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때만이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첫째, 계획 수립단계의 문제다. 공무국외여행 심의위원회의 구성이 친의회 인사와 내부위원의 비율이 높아 심의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 사전 준비단계의 문제다. 국외여행은 모든 활동이 외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국 전에 해외연수와 관련된 전문가나 기관 등을 통해 공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일정이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급하게 추진되고,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함으로써 부실 연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원인에는 의회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연수경비도 한몫하고 있다.
셋째, 실행단계에서의 문제다. 외국에서의 연수활동이 확인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보니 현지활동이 계획과 다른 경우가 생기게 되고, 관광·친지 방문 등 공무와 상관없는 여행을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결과 및 활용단계에서의 문제이다. 보고서작성이 대필되는 등 형식화 되어 있고, 그것의 활용을 위한 강제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진정 주민들이 원하는 합리적인 공무국외여행이 될 수 있는 다음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계획 수립단계에서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심의위원을 전원 외부인사로 하되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아 위촉하는 것이 필요하고, 심의위원의 임기를 보장하여 소신의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전 준비단계에서는 최소 수개월전에 계획하고 심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급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계획성 있고 실질적인 연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여비산정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현재, 의원 1인당 여비배정방식과 상임위원회 중심의 연수단운영방식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융·복합시대에 맞게 다양한 형태(연구단체)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실행단계에서는 외국에서의 연수활동의 견제를 위해서 전문가, 시민, 시민단체, 언론기관 등과 연합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방문국의 한인회와도 연계하여 실질적인 연수가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보고 및 활용단계에서는 누군가에 의해 대필되어지는 현실을 방지하고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공무원, 심의위원, 전문가, 주민과 시민단체 등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결과보고회 및 평가·활용토론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시한 문제점과 대안들이 모든 지역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전서구의회, 충남도의회 등과 같이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다만 이번 대전 유성구의회의 감사사태를 계기로 기존시스템을 점검하고 새로운 시대환경과 지역특색에 맞는 지방의회 공무국외여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선 안 된다. 우리의 지방의회가 제대로 된 시스템과 프로그램으로 해외연수를 당당히 떠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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