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눈 앞에 둔 14일 기자는 제수용품 등 장바구니 물가를 알아보기 위해 대전 중앙시장을 찾았다.
시장에서 만난 주부들과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물가가 너무 오른데 대한 불만과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데 대한 답답함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 명절을 일주일여 앞둔 15일 대전지역 재래시장이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돼 한산한 모습을 보이며 명절특수를 기대하던 상인들이 울상이다. 이민희 기자 phot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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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황순희(49·오정동)씨는 이곳저곳 가게를 들러 가격흥정을 했지만, 지난해보다 오른 물가에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다. 황씨는 “우리 집은 제사를 4번 지내는데, 과일도, 생선도 모두 비싸고 안 오른게 없는 것 같다”며 “이번 주말에 다시 장을 보러와야겠다”고 말했다.
주부 김종인(57·인동)씨도 “TV나 신문에서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이 싸다고 해서 나왔지만, 막상 장을 보러 나와보니 물가가 너무 올라 10만원, 20만원 쓰는 건 순식간”이라며 “친척들 먹거리 준비에 제사상까지 차리려면 작년 40만원이면 가능했던 것이 올해는 50만원도 모자랄 것 같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치솟은 물가 때문에 주부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40년간 중앙시장에서 건어물 등 제수용품을 팔고 있는 오용성(61·중앙상회)씨는 “이맘 때쯤이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어느 정도 있어야하는 데 올해는 손님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을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들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청 및 주부교실 조사결과, 설날 24개 제수용품 기준으로 전통시장이 평균 5만~6만원 가량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앙시장 등 전용시장의 경우 전용 주차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해 손님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형편이다.
떡집을 운영하는 이말임(52)씨는 “대목이라고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대목 같은 느낌이 없다”며 “떡 주문이 많아져야할 시기지만, 발길이 예년보다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전통시장이 해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을 맞으면서 가래떡을 빼는 모습 등 설 명절 때만 볼 수 있었던 풍경도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이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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