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을 맞는 김형근 충북도의회 의장의 새해 각오는 남다르다. 새해 벽두부터 학교 폭력이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오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도의회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반면 공부하는 의회상을 통해 서민의 삶을 보듬는 민의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은 성실했다는 칭찬을 듣고 있어 9대 의회 전반기 의장으로서 소임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의장으로부터 새해 다짐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한 해 충북도의회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 김형근 충북도의회 의장[충북도의회 제공] |
그중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이끌어 내고 2012년도 예산을 확정한 일, 대변인제도 운영, 회의장을 벗어나 옥천에서 본회의를 개최한 일 등은 전국 최초다. 이는 어느 의회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결과물로 주민의 대표로서 도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실험적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사수'를 위해 도의회가 앞장서 과학벨트 기능지구의 청원군 유치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도정 현안으로 부각된 국립암센터 오송 분원 유치를 위해 '충청권 대토론회'를 개최해 오송이 최적지임을 확인했고, 정부기관을 방문해 도민들의 뜨거운 열망도 전달했다.
지방자치 부활 20주년을 맞아 의정사상 처음으로 개최한 옥천 본회의는 지역균형발전과 상생발전을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를 충북도의회가 실천해 보임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이미지를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개방형 전문위원 채용, 공부하는 의회 상 구현을 위한 연찬회 방법 개선, 일문일답식으로 도정질문 방법 개선, 법 개정을 통한 행정사무감사 기간 연장과 선서·자료 미제출에 대한 과태료부과 등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 강화를 통한 의회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의미있는 일은 역사적인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 조례', '도민참여 기본조례'를 제정해 예산심의에 주민 의견 개진이 가능하게 됐고, 도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에 도민 참여 보장과 실현을 위한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도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도민들이 언제라도 도의회의 의정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9월부터 모든 본회의에 대해 인터넷 생방송을 실시하는 등 도민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국제적으로는 지난해 11월초 흑룡강성 인민대표대회 우호교류 10주년을 맞아 중국 방문시 우리 도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송 차이나문화테마파크 조성사업과 흑룡강성~청주공항 간 항공기 취항 협력 등 5대 과제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이끌어 내는 등 의원 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와 관련해 올 봄 기업인들과 고위공무원으로 구성된 흑룡강성 대표단이 우리 도를 방문해 항공기 취항을 비롯한 5대 과제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하기로 약속한 것은 도의회 교류, 협력사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있다.
-의원 공동보좌관제는 꼭 도입해야 하나.
▲전문 분야에 대한 보조를 해주고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는 등 의원 개인의 의정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좌관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직원 수에 있어 집행부는 도청 3000명, 교육청 500명인데 비해 의회는 120명이고, 예산도 도청 3조원, 교육청 1조8000억원, 따라서 의원 1인당 1400억원의 예산을 감시해야하는 꼴이다. 다만, 예산문제가 수반되고 아직 지방의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기 때문에 조금 유연하게 가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원 3명당 1명의 공동보좌관을 둬 과도기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괜찮다. 물론, 이 제도는 지방자치법의 개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전국 광역 시도의회와 공조해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공조하고 있다.
-의회 사무처 직원의 인사권부터 독립해야 하는것 아닌가.
▲의원의 행정 정보부족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의회사무처 특히, 전문위원실 직원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위원실 직원들은 집행부의 인사권 행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근무기간도 3년 내외로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의회직원에 대한 인사 관행을 보면 단체장이 의회직에 합당한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직원들의 인사에 숨통을 트는 차원에서 단기 순환 보직 형태로 운용해 오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의회의 전문성과 자주성을 확보하고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좌할 수 있도록 의회직렬 신설을 통해 인사권을 독립시키고, 의장에게 사무처직원 임용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의장의 임용권 확보와 의회직렬 신설 등 인사권 독립은 유급보좌관제 도입과 더불어 꼭 필요한 사항이다.
이와관련해 전국 16개 시도 지방의회가 공조해 관련 법률(지방자치법)의 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제정은 어떻게 돼 가나.
▲'충북학생인권조례'는 충북의 진보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제정 청구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지만, 아직 직접 도의회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가 진정으로 학생들이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조례가 실효성 있게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항 하나하나를 꼼꼼치 따져보고 심도 있게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는 있다. 도의회와 교육계 간의 이러한 몇몇의 갈등과 대립은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시각보다는 변화하는 교육의 커다란 패러다임과 교육의 본질적 측면에서 포괄적 시각과 다양한 접근을 통한 탄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1세기 교육의 패러다임은 지방교육자치를 지향하고 있고 교육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도 교사나 교육관리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 지나친 학습위주의 학업성취, 학력신장에 편중된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수요자 중심에서 학습자의 자율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신장,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도의회도 이런 측면에서 미래지향적인 충북교육의 진정한 발전과 충북의 인재양성을 위해 도교육청과 다각적인 논의와 지속적인 합의를 통하여 진취적인 교육혁신과 변화,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지방 교육자치는 교육행정의 지방분권을 통해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으로써 지방교육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 도의회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과 요구에 귀 기울이며 교육의 본질적이고 궁극적 측면에서 교육수혜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효과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의정활동을 펴나가겠다.
-올해 계획하는 바는.
▲도민을 섬기는 열린 의회를 기치로 문을 연 9대 의회는 올 한해에도 도민의 염원과 여망을 받들기 위한 길을 걸어 가겠다. 먼저, '생명과 태양'이 충북을 환하게 밝히는 '희망의 등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국립암센터 분원의 오송 유치를 위한 의회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복지정책이 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복지 시스템의 체질을 개선시키고, 1회 추가경정예산부터 복지예산의 실질적 증액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 신장에 관한 조례 제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장치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 지역 균형발전 시책에 대해 총 점검하고, 지역의 색깔에 어울리는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학교현장을 자율과 창의가 넘쳐흐르는 곳이 되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충북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의제와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도정에 반영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집행부에 대한 정책적 길라잡이로서 대안을 창출하고 혁신적인 어젠다가 도정의 화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2011년보다 집행부 견제의 강화와 제도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 독립과 의원 공동보좌관제 도입 등 현재 추진중인 집행부 견제 시책을 제도화 시키는데 주력하겠다.
-새해 각오 한마디 부탁드리면.
▲도의회는 언제나 도민과 소통하고 도민이 참여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지역 균형발전과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서민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시 드린다.
우리 도의 발전과 도민행복을 위해 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을 도의회 의원들과 도의회 홈페이지, SNS(페이스북·트위터) 등에 다양하게 제시해 주시면 고맙겠다.
도의회가 도민의 기대에 부응해 올바로 나아갈 때는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내 주시고, 혹시 그렇게 못할 때는 냉정하게 비판과 질책을 보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대담·정리=박근주 충북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