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밀레니엄] 실종된 재벌 손녀와 숨겨진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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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밀레니엄] 실종된 재벌 손녀와 숨겨진 비밀은…

'세븐'의 핀처 감독 메가폰… 추악한 인간의 악마성 파헤쳐 감독: 데이비드 핀처·출연: 대니얼 크레이그, 루니 마라

  • 승인 2012-01-12 14:49
  • 신문게재 2012-01-13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소송에 시달리던 기자 미카엘은 재벌 방예르가의 제안을 받는다. 40년 전 실종된 하리예트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것. 미카엘은 자신의 뒤를 추적한 적이 있는 천재 해커 리스베트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 밀레니엄
▲ 밀레니엄
웬일인가 싶기도 하다. 똑같은 제목의 영화가 일주일 간격으로 잇달아 스크린에 오른다. 같은 소설을 다른 두 곳에서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 지난주 개봉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은 스웨덴에서 만든 작품이고, 어제 개봉한 ‘밀레니엄’은 할리우드 판이다.

두 영화 모두 스웨덴의 작가 스티크 라르손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3부작으로 이뤄진 『밀레니엄』시리즈는 다국적 거대기업과 그것의 부패, 광란적 민족 우월주의 등을 흥미로운 사건과 치밀한 전개, 예측 불허의 결말로 풀어내 전 세계적으로 6500만부가 팔렸다. 특히 홈즈와 왓슨 같은 미카엘과 리스베트, 추리콤비 탄생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가의 모국 스웨덴 영화계는 물론 할리우드가 눈독을 들이기 충분한 매력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 판 ‘밀레니엄’이 스웨덴 특유의 스산한 겨울 풍경을 담아 방대한 원작을 간결하게 풀어냈다면 할리우드의 것은 훨씬 감각적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뮤직비디오처럼 눈과 귀를 압도하는 감각적인 영상과 강렬한 음악으로 담아냈다.

‘밀레니엄’은 40년 전 고립된 섬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한 소녀의 실종사건을 쫓는다. 기자 미카엘과 용 문신을 한 범상치 않은 천재 해커 리스베트는 단서 조각들을 맞춰나가며 실체에 접근해 간다.

핀처 감독은 캐릭터의 매력에 특히 집중한다. 영화 원제가 ‘용 문신을 한 여자’(The Girl with the Dragon Tatoo)인데서 보듯 ‘밀레니엄’은 대니얼 크레이그의 영화가 아니라 리스베트를 연기한 루니 마라의 영화다. 깡마른 몸매에 파격적인 펑크 헤어스타일, 스모키한 화장, 피어싱에 용 문신까지. 모터사이클을 즐겨 타는 여전사 리스베트는 시종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음울한 영화 분위기와도 썩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핀처의 선택은 탁월했다.

핀처 감독은 ‘쎄븐’ ‘조디악’에서 이미 연쇄살인 사건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그때 그가 드러낸 것은 살인범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악의 근원이다. ‘밀레니엄’도 살인범을 쫓는다. 하지만 봐야 할 것은 사건 뒤에 숨은 추잡한 인간 본성,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 속에 내재된 악마성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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