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응국 주역학자·홍역사상연구소장 |
따라서 진방은 동방이 된다. 오행으로는 목(木)이 처한 곳, 해가 처음 떠오르는 곳이요 아침의 양기가 생하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진방을 문명의 발생지로 본다. 진(震)을 또한 용(龍)으로 보기도 한다. 진괘[☳]의 상을 보면 음효 아래 양효가 있다. 말하자면 땅 속에 양물(陽物)이 꿈틀대는 모습이므로 진(震)을 용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파자(破字)하면 진(辰)은 용이 되니 용이 날아 비[雨]를 내리는 모습이다. ‘비룡재천(飛龍在天)’ ‘운등치우(雲騰致雨)’해서 만물을 기르는 덕이 있으므로 성인의 상징물로 보는 것이다.
용은 비늘달린 동물[鱗蟲] 중에서 가장 신령한 동물이다. 뱀과는 달리 다리가 있고 뿔도 있고 비늘도 있다. 『삼재도회』에서는 ‘비늘이 있는 용은 교룡(蛟龍)이요 날개가 있으면 응룡(應龍)이요 뿔이 있으면 규룡(虯龍)이다’하였다. 변화무쌍한 동물이므로 사람들은 상상의 동물이라 하지만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용(龍)을 형상한 글자가 역(易)자다. 처음으로 역의 이치를 밝힌 자는 복희씨라 하는데 역(易)을 파자하면 ◉는 머리와 눈을, 勿은 몸통과 다리를 나타내고 있다. 『태백일사』의 「소도경전본훈」에 ‘역(易)은 즉 옛날 용(龍)의 본자(本字)라’ 하였으니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전하기를, 복희씨가 천하를 다스릴 때 하수(河水)에 용마(龍馬)가 나타났다 한다. 하도(河圖)라 하는 것으로 대략 서기전 3500년의 일로 본다. 복희씨는 용의 상서로운 모습을 보고 관명(官名)에 용(龍)자를 붙이고 그의 군대를 용사(龍師)라 불렀다 한다.
괘(卦)를 복희씨가 만든 바, 복희씨의 도를 계승한 문왕은 건괘(乾卦)를 처음 괘로 삼았고, 그 아들 주공(周公)은 건괘의 6효 모두를 용으로 설명했다. 성인의 덕을 갖추고 있지만 때를 만나지 못해서 물속에 숨어있는 초효의 잠룡(潛龍)부터 시작해서, 성인으로 점차 세상에 알려지는 현룡(見龍), 위(位)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약룡(躍龍), 천자의 자리에 올라서 세상을 혁신하는 비룡(飛龍), 진퇴와 득실을 알고 뒤로 물러나는 항룡(亢龍)등 때를 따라서 한편으론 숨어서 덕을 쌓고 한편으론 세상에 나가서 뜻을 펼치는 다양한 모습의 용으로 표현하고 있다. 건괘 역시 성인이나 천자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영물이라는 뜻으로 문헌에서는 용의 비늘이 81개라 하였다. 9는 태양(太陽)수,
9X9=81은 수의 극치가 되니 용덕(龍德)은 조화의 신묘함, 즉 성인의 덕이요 천자의 지위를 상징한다. 반면에 잉어비늘은 머리에서 꼬리까지 잔등의 비늘이 36개라 한다. 그래서 6X6=36으로 ‘육육어’라고도 말하니 6은 태음(太陰)수다.
중국의 황하 상류에 용문(龍門)이라는 급류가 있는데 잉어가 그곳을 거슬러 올라가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설화가 있으니 ‘등용문(登龍門)’은 입신출세를 뜻하는 성어가 되었다. 또한 아무리 우매한 자라도 노력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由魚化龍] 뜻으로 잉어는 현자의 덕을 상징하기도 한다. 요컨대 용은 중국인만의 상징물이 아니요 우리 겨레의 산유물이다. 민족 고유의 경문인 ‘천부경(天符經)’의 글자 수가 81자가 되니 천자국으로서 전한 경문이라 하겠다. 작게는 수신서요 크게는 천자가 세상을 다스리는 통치서가 되는 셈이다.
『격암유록』에 ‘진사에 성인 출세요[辰巳聖人出] 오미에 즐거움이 당당하다[午未樂堂堂]’ 했다. 1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진년(辰年)을 용의해라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격암의 글을 올 해에 맞추는 것도 어색하지만 공교롭게도 올해는 대통령을 새로 선출하는 해로서 비결서와 격이 맞는다. 용같이 신이(神異)한 능력을 갖춘 자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바램일까? 그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진 덕과 능력을 갖춘 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 남북통일을 기할 수 있는 사람, 제발 그런 사람이 당선되기를 국민은 염원할 것이다. 주역의 건괘(乾卦)에 ‘때로 여섯용을 타고 하늘을 말 몰듯이 한다[時乘六龍 以御天]’ 했으니 과연 용을 타고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자 그 누구일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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