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영]모래 이용해 관람객에 메시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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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영]모래 이용해 관람객에 메시지 전달

이두한 모래더미 쌓고, 최병규 길 만들고, 홍현표 구덩이 파고…파격적 실험행위 '눈길'

  • 승인 2012-01-10 14:38
  • 신문게재 2012-01-11 11면
  •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대전미술 이야기]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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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1982년 낙동강변에서의 이두한 작품도 흥미로웠는데, 옆에서 이두한의 작품을 지켜보던 김철겸이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냥 삽질을 해서 모래 덩어리를 만들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흰 밧줄을 모래 더미 위에 올려놓고 길게 줄을 늘이더라구요. 줄 끝에는 흰 종이를 놓고 모래 한 알을 올려놓더군요. 큰 모래 덩이지만 모래 한 알이 모여서 이렇게 됐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더군요.”

▲ 위부터 이두한, 최병규, 홍현표 作
▲ 위부터 이두한, 최병규, 홍현표 作
계속된 행위로 인해 쌓인 모래 산에서 단 하나의 모래를 분리해 종이위에 얹고 있는 이두한의 행위는 인간의 최소 단위인 세포, 혹은 바이트가 연상되게 하는 작업이다.
장금자는 자신이 가져온 물건들을 S자로 길게 늘어놓은 후 그 주변을 삽으로 파헤쳐 길을 만들어 놓았으며, 최병규는 벽돌 찍는 도구를 이용해 모래 벽돌을 제작해 가지런히 길을 만들어 놓았다. 모래는 단단하게 결합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문명의 쇠퇴나 모래성과 같은 느낌이 풍긴다.

홍현표의 경우 관객이 보지 않는 시간에 미리 깊은 구덩이를 파놓았다. 행위가 시작되면 관객 주위를 소리 지르며 몇 바퀴 빙빙 돌다가 갑자기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 버리는 난감한 행위를 펼쳤다.

유병호는 흙 계단을 만드는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흙 계단이라는 의미는 부서질 수 있는 계단이잖아요. 인간은 무엇을 만들려는 의식을 발현하고 현실로 옮길 때 계단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평평하게 놔두면 되는데 뭔가를 조형적으로 해주려고 하는 의도를 찾으려고 했죠. 그래서 내가 현장 가서 이 장소를 보고 “아! 여기를 계단으로 하면 좋겠다”하는 생각에 삽으로 층층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현장에 대한 문제였죠. 즉 언덕이라는 조건은 사람의 통행에 그렇게 편리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이곳에 계단을 즉각 만들었습니다.”

대전 78세대는 대전 낙동강변 작업 이후 대전 78세대 5회전(1982년 12월 4~9일 대전문화원 화랑)을 개최했다. 특히 대전 78세대의 제5회 정기회원전이 끝나고 1983년 3월 3일부터 23일까지 21일간 서울 제3미술관에서 대전청년작가 그룹 초대전이 열렸다. 참여 작가로는 강정헌, 양충모, 유병호, 이두한, 이종협, 장금자, 정광호, 정장직, 이종봉 등 18명이 참여했는데 대전 78세대와 19751225 멤버들이 혼합되어 이 전시를 치렀다.

이 전시에서 최병규의 작품은 바닥에 먹물 통을 놓고 흰 천이 서서히 빨아올리게 하는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대전 78세대는 서울에서 개최한 청년작가 초대전을 성황리에 마치고 1983년 9월 10일부터 15일까지 대전문화원 제1전시실에서 6회전을 치렀고, 1984년 8월 8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제3미술관에서 7회전을, 1985년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대전 현대화랑대전 8회전을 개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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