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사회부장 (부국장) |
그렇다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건이 나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게 교육현장의 설명이다. 그것도 누군가 제보를 하고 학교 밖에서 사실을 알고 접근하면 겨우 내놓는 게 친구 간에 오해가 있었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요즘은 더하다. 학교폭력 이야기만 나오면 쉬쉬하는데 혈안이다. 사회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만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었겠지만 능사는 아니란 생각이다.
물고문까지 당했던 대구의 중학생, 왕따 신세를 비관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의 여고생. 교육현장의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광주에서도 그랬고, 경기에서도 그랬다. 최근 5년 동안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학생은 교육 당국에 알려진 것만 37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숨겨진 학교폭력이나 드러나지 않은 자살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돈 상납은 관행화돼 버린 지 오래다. 걸핏하면 폭력을 행사하고, 이제 학교 운동장에서 또래 학생이 성폭행도 서슴지 않는다. 학교폭력의 현주소치고는 끔찍하다. 성인범죄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넘어선다.
이러한 학교폭력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늘어나고 있는데다, 연령층도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교육 당국이 집계한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지난해 78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처벌을 받은 가해학생은 2007년 6000여 명에서 지난해는 2만명으로 세 배 이상 급증했다. 학교폭력 가담 연령대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이 주된 연령층이었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낮아졌다.
이제 학교폭력을 학교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도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사회문제로 떠넘기기엔 곤란하다. 아직은 학교에서 문제를 해결할 나름의 방법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 해답은 희대의 탈주범으로 잘 알려진 신창원의 이야기를 담은 신창원 907일의 고백이라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탈주범 신창원의 변호사가 쓴 이 책에서 학교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 번만 쓰다듬어줬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거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XX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뭣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문득 대전지역의 모 중학교의 교장과 충남지역의 모 중학교 교감의 한 마디가 생각난다. 몇 년 전 대전의 모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교장은 “학교주변을 한 바퀴 돌면 담배꽁초가 없어지고 두 바퀴를 돌면 학교의 구석진 곳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한 10바퀴 정도 돌면 시간시간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눈에 선하다. 끊임없이 학교주변을 관찰하다 보면 학생들이 어디서 어떻게 싸움을 하는지 보이게 마련”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 충남의 모 중학교 교감은 “400명에 가까운 전교생 이름을 다 외우고 있다”며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이름을 친근감 있게 일일이 불러주며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아이들도 잘 따른다”고 했다. 학교의 관심이 학생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스로 악마라 자처하는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이 갈구했던 것은 어린 시절 따뜻한 손길이었다. 그것도 '넌 착한 놈'이란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학교폭력이 다시는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맞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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