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횡포”, “대형매장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심지어 지역 일부 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집회신고를 마친 상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최장 30일간, 이후 하루씩 연장이 가능한 집회신고 조항을 따른 것이다. 집회기간 제한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의도나 결과가 집회를 금지하기 위한 위법적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전의 경우, 집회신고만 하고 집회를 열지 않은 사례가 절반 이상인 54%였다. 이 중 상당수는 다른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행태는 현행 집시법 적용 이후 매년 반복된다. 문제는 유령집회를 제지할 근거조차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집회 저지용 허위집회 신고에 제동을 걸 시점에 이른 것 같다.
물론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처벌이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사업장 주변에서의 특정단체 시위를 원천 차단하려는 집회신고 싹쓸이를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자리 맡기 목적으로나 쓰이는 어이없는 맹점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 어쩔 도리가 없다고 피해가는 것은 온당한 자세가 아니다.
현행 집시법에 명시된 관련 규정은 당연히 집회신고의 남발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입법 취지와는 달리 집회의 자유를 제약하는 모순으로 작용한다. 가령 지역 대형마트에서 '매출액 목표 달성' 목적의 집회신고만 하고 실제 집회를 하지 않은 예가 그것이다. 정작 집회가 절실한 단체나 개인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현저히 침해 당하고 있다.
이 같은 집회신고만 하고 자리 선점을 하는 모순을 해소하려면 '유령집회 금지 법안'이라도 나와야 하겠다. 다른 지역의 사정은 더 심하다. 충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최근 평균 90% 이상이 유령집회로 추산된다. 실제 열린 집회는 3%대에 그치기도 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도를 넘어선 법의 오·남용을 막아야 할 상황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