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앞마당 '유령집회' 왜?

일부회사·백화점·대형마트 주기적 직접신고 시민단체·민원성 시위 사전차단 '꼼수' 빈축

대전 지역 내 일부 기업과 대형마트, 백화점들의 유령집회 신고가 이어지며 빈축을 사고 있다.

기업들은 일부 민원시위, 시민단체의 집회를 사전에 예방코자 건물 앞에 유령집회를 신고하는 것으로 점쳐진다.

9일 대전지역 일선경찰서에 따르면 홈플러스 둔산점은 오는 12일까지, 이마트 둔산점은 25일까지, 삼성생명 사옥도 17일까지 집회신고를 한 상태다.

백화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화 타임월드 갤러리아 백화점은 31일까지 집회신고가 돼 있다. 롯데백화점은 16일까지다. 이 외에도 대형마트나 대기업들은 스스로 집회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기업은 본인들이 직접 집회신고를 해도 집회를 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집회를 통상적으로 유령집회라 칭하기도 한다. 이들 대형마트, 백화점, 대기업들은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경찰서에 찾아와 본인들이 직접 집회신고를 한다.

집회신고는 최대 720시간(30일)까지 할 수 있으며 48시간 전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한다.

지난해 대전에는 모두 1640건 정도의 집회가 신고됐고 집회가 열린 것은 46%(752건) 정도다. 절반이 넘는 54%(888건)는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 가운데 본인들 사정에 따라 취소된 사례도 있지만 당초 유령집회로 신고된 것도 있다는 게 경찰 측의 분석이다.
경찰 측은 현행 관련 법률에는 집회신고 후 집회를 하지 않아도 별다른 조치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서울 행정법원에서 사전집회가 허가돼 있어도 추가집회신고가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다”며 “현재는 의미가 없는 조치다. 담당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본사지침이라며 계속적으로 집회신고를 하러 온다”고 귀띔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자본과 힘을 가지고 있는 기업, 대형유통업체 조직이 유령집회를 내는 것은 지역 시민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정부의 공정사회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도관리감독기관에서 적극적인 행정지도가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