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새해 인사는 '복 많이'보다 '두루 건강'으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달우]새해 인사는 '복 많이'보다 '두루 건강'으로

[시사 에세이]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2-01-09 15:09
  • 신문게재 2012-01-10 20면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새해를 맞이하고 처음 만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德談)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게 된다.

덕담은 상대방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나는 일들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 내용도 자녀, 진학, 취직, 승진, 재산, 건강 등의 형편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해 인사를 제대로 하려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기보다 상대방의 구체적인 형편을 고려해 인사를 건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전형적인 새해 인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지구촌 사회로 불리는 현대사회는 컴퓨터의 발달로 날이 갈수록 바빠지는 느낌이다.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근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상대방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의 사정을 들어 인사를 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두루뭉술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무난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복(福)이란 글자의 어원이나 사전적 의미를 종합해 보면, 대강 '사람의 힘을 초월한 오붓하고 넉넉한 운수'를 뜻하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이와 같이 좋은 의미를 가진 말로 서로 복을 빌어주니 참으로 보기 좋은 풍습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 대신 '새해 두루 건강하기 바랍니다'라고 덕담을 한다.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권하고 있다.

물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가 좋은 뜻을 가진 덕담인 것은 틀림없다. 아울러 그 누구도 새해를 맞이해 상대방의 복을 빌어주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이유로 해서 나는 '두루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보다 더 적절하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기복적(祈福的)인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각오와 계획으로 한 해를 힘차게 전진해 나가야 할 사람에게 주는 인사로 마땅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복은 좋은 것이고, 복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새해 인사로는 '운수'보다 자신의 '노력'을 권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복 많이 받으세요'는 누군가가 그에게 복을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결국 인사를 받는 당사자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되는 나약한 피동적 존재로 비쳐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하는 인사로는 자연스럽지만,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하는 인사로는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줄 수도 없거나 또는 줄 것도 없으면서 상대방에게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대강 이런 이유로 해서 나는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보다 '두루 건강하세요'라는 새해 인사를 권하는 것이다. '두루' 또는 '두루두루'라는 말은 몸과 마음을 다 가리키는 것이다. 자신은 물론이고 가정이나 세상까지 다 포함하는 것이다. 건강은 누가 갖다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 성취하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운수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여 한 해를 두루두루 건강하게 살다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은 저절로 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복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복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보다 '두루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인사가 더 나으며, 널리 쓰이기를 바란다. 임진년 새해를 맞이해 중도일보와 중도일보사가 봉사하는 세상을 위해 덕담 한 마디를 전한다.

중도일보와 함께 하는 사람과 세상 모두 새해에도 두루두루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