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 사기 두번우는 입주자

천안 10여세대 수년간 발묶여… 잦은 수도·보일러 고장 불구 이사조차 못가

천안의 한 다세대 주택에 입주한 서민 10여 세대가 수년간 부동산 사기계약에 묶여 보증금도 되돌려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9일 세입자들에 따르면 신부동 N(60)씨 주택 내 11세대가 20여㎡ 남짓한 방에 전세 1000만~2000만 원 씩 보증금을 내고 거주하고 있다.

이들 세입자는 임대 당시 부동산 중개업소 등으로부터 집주인 N씨를 소개받았지만, 실제 임대인은 N씨의 부친(81)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입자 중 일부는 방을 빼준다는 말에 속아 이사를 나갔지만, N씨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자 법정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실제 세입자 최모(30·여)씨는 1997년~2007년 N씨와 1500만 원의 전세계약을 맺고 살다가 자녀를 출산했지만 보일러 고장과 누전 등으로 이사를 가면서 전세금 반환 약속을 받았지만 5년간 이를 받지 못했다.

최씨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지난해 소송까지 걸어 봤지만, N씨 소유의 재산이 없어 결국 경매절차를 거쳐 불과 116만 원만 손에 쥐었다.

폐휴지를 팔아 사는 전모(53·여)씨도 2006년 7월 부동산중개업소의 소개로 N씨 소유인줄 알고 전세 1500만 원에 계약을 했다가 이사를 가지도 못하고 최씨처럼 돈을 떼일까 걱정이 태산이다.

전씨는 “N씨가 이유없이 전기나 수도를 끊어 지하수를 사용하는 등 고통을 받아왔다”며 “집이 주유소와 접해 있어 지하수마저 악취와 기름에 마실 수 없다”고 분개했다.

2010년 10월부터 1000만원에 전세를 든 중국인 유모(42)씨도 그동안 잦은 수도 및 보일러 고장으로 이사를 나가려고 하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씨부부는 보일러 고장으로 추위에 떨고 있다.

세입자 양모(37)씨는 “2009년 4월 2000만 원에 전세를 들어와 계약이 만료됐지만, 방을 빼주지 않았다”며 “세입자가 이사를 하고 싶어도 돈을 떼일 것 같아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N씨는 “올 봄에 집을 찾는 사람이 오면 돈을 빼줄 계획”이라며 “나머지 돈도 해결해 주기 위해 현재 집을 부동산에 내놨다”고 밝혔다.

천안=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