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홍보팀장 |
하지만 3년 전의 모습과 비슷한 일식을 5월 21일 아침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달은 태양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천체이지만 태양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이는 마치 작은 티스푼을 눈앞에 두면 멀리 있는 큰 건물을 가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달은 태양보다 400배 작지만 태양은 달보다 400배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이러한 오묘한 천문현상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신비로운 우주 서커스는 6월에도 이어진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6월 6일 현충일 아침에 이번 세기 마지막으로 금성의 태양 면 통과현상이 일어난다.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크기가 가장 비슷한 행성은 금성이다.
하지만, 금성도 태양 앞에선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금성은 지구보다 안쪽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내행성이기 때문에 종종 태양 면을 통과하게 된다.
금성의 공전궤도는 지구의 공전궤도에 비해 약 3.4 정도 기울어져 있다. 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의 직경은 약 0.5 정도로 보인다. 따라서 금성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게 되더라도 매번 태양의 앞을 지나치지는 않는 것이다.
이번 금성의 태양 면 통과는 운이 좋게도 우리나라에서 전체 진행 과정을 관측할 수 있다. 대전지역을 기준으로 이날 해는 아침 5시 13분에 떠오른다.
해가 뜬지 약 2시간 후인 아침 7시 9분부터 금성은 태양의 왼쪽 위 방향에서부터 태양 면을 통과하기 시작한다. 금성은 지구 직경의 약 95%로 지구와 거의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태양은 지구보다 지금이 약 110배 정도 크기 때문에 금성은 작은 점으로 관측될 것이다. 이후 금성은 태양의 윗부분을 가로질러 오후 1시 49분에 태양의 오른쪽 윗부분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올해 이전에 있었던 금성의 태양 면 통과는 2004년 6월이었고 다음 태양 면 통과는 2117년 12월에 예정되어 있다. 금성이 태양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올 6월 6일에는 날이 구름한 점 없이 맑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2117년까지 기다려야 하니 가히 생애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어떤 천체가 다른 천체를 가리는 현상을 식(蝕) 현상이라고 한다. 천문학에서 이와 같은 식 현상은 어떤 별이 다른 별을 가리면서 그 밝기가 변하는 식쌍성 등 주로 별의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방법에 활용 되었다.
우주에는 우리의 태양과 같이 하나의 별만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눈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별처럼 보이지만 -아주 우수한 천체망원경이라 할지라도- 우주에는 50% 이상의 별들은 두 개나 세 개의 별들이 서로의 중력으로 묶여서 상대별을 마주보며 돌고 있는 다중성이라 불리는 천체다. 이 다중성들은 서로가 공전하는 과정에서 그 밝기가 변해 식변광성이라 불리게 된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 금성의 태양 면 통과 등은 모두 식 현상이다. 앞의 두 천문현상 외에도 식 현상이 한 번 더 예정되어 있다.
바로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맏형이라 할 수 있는 목성이 달 뒤로 숨는 목성식 현상이다. 역시 목성은 달보다 월등히 크지만 달이 목성보다 훨씬 지구에 가깝게 있다. 이번 목성식은 특이하게 낮 시간에 발생한다.
7월 15일 낮 12시 50분께 서쪽하늘에 달이 희미하게 보이게 된다. 맨눈으로는 확인하지 못하지만 작은 쌍안경으로도 달 뒤로 사라지는 목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목성식 등 행성이 달 뒤로 숨는 현상을 분석하여 달의 정확한 크기를 측정하기도 한다.
지구 종말을 맞는다는 2012년이 시작되었다. 마야의 달력이 어떻고 행성들이 지구에 미치는 중력이 어떻고 하는 그럴듯한 근거를 대지만 과학자들은 모두 웃음으로 대답할 뿐이다.
오히려 천체들의 숨바꼭질을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는, 우주 서커스의 해로 부르는 게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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