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충남도에 따르면 (가칭) 서해 해양환경연구센터의 건립을 위해 정부에 요청한 기본 설계비 10억원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비 확보에 실패하면서 기념관 건립은 사실상 올해도 어렵게 됐다.
도의 당초 계획으로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13년 개원할 계획이었지만 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기념관의 성격과 건립 비용 부담을 놓고 정부와 충남도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념관 건립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약 224억원. 도는 유류유출 사고가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했지만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 있고 전 국민의 관심과 노력으로 피해가 복구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건립비용 전부를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연구기관 설립에 전액 국비가 투입된 선례가 없고 운영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전액 국비 지원은 불가능한 만큼 지자체가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충남도가 정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류유출 사고 당시 수집했던 생물 표본과 영상 자료 등 1만여 점도 국립중앙과학관 수장고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생존 여건이 열악한 기름 바다에서 생명을 유지해 귀중한 연구자료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 관리할 조직이 마련되지 않아 수장고에만 보관돼 있는 실정이다.
기념관 건립이 지연되자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념관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참여한 한 대학 교수는 “국내 해양 연구기관이 많아 정부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한 적이 있다”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념관 건립이 지연되다보면 당초 취지도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 사고의 교훈을 생각할 때 기념관 건립은 필요한 만큼 시간의 지연으로 기념관 건립 목적이 희석되기 전에 성격을 단순화시키고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올해 예산에 기본 설계비를 반영시키지 못했지만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는 만큼 기념관 건립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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