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용 대전대 교양학부대학 교수 |
학기말이 되면 얼마간은 조금 긴장이 된다. 가끔 자신의 성적 문제로 연락을 해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연락도 있지만, 자기는 열심히 수업에 임했는데 왜 성적이 'B'밖에 안 되느냐고 항변을 한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설명을 해준다. “자네의 실력이 'B'가 아니라,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놓고 자르다 보니 'B'가 된 것”이라고. 상대 평가에서는 모두가 100점을 맞아도 전체의 30%는 'C'를 줄 수밖에 없다. 많은 학생이 결석, 지각, 과제 미제출 등 자신이 충실히 하지 못한 부분은 쉽게 잊어버린다. 때문에 나는 성적을 매길 때 매우 철저한 근거자료를 준비해놓고, 문의한 학생에게 정확한 근거를 제시한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그 학생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2011년 6월 한국인간발달학회 연구팀이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35~60세의 우리나라 사람 중 81%는 “자신이 실제 연령보다 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들보다 외모가 더 어려 보인다”는 대답도 77.7%나 됐다. 또 “자신의 사고가 젊고 열려 있다”는 대답은 75%나 됐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 아니 나아야 한다고 긍정적인 착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교수의 평가가 자신에게만 유독 불공평하다고 인식하고, 옆 차로의 차 흐름이 더 빠르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가 '비교'라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비교가 아니라 부정적인 비교라는 데 문제가 있다. 내가 가진 것 중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게 무엇인가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남이 가진 것 중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를 비교한다. 그런 점에서 새해 인사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새해 받은 복 많이 누리세요”라고 하면 어떨까?
왜 남의 떡이 더 커 보일까? 내 손의 떡은 보지 않고, 옆 사람 떡만 바라보니 그렇다. 제 손에 든 것보다 남의 손에 든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특성이다. 어른이라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만족해하고 감사하고 남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해외에 나가보면 시내 구경을 시켜주는 마차가 있다. 그 말을 끄는 말의 눈가에는 옆을 볼 수 없게 가리개가 끼어 있다. 옆에서 달리는 차를 보고 놀랄까 봐 그런 것 같은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도 위험하지만, 자기 앞은 보지 않고 옆만 보며 달리는 인생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전등과 레이저 광선은 둘 다 빛이지만 전혀 다른 점이 있다. 전등은 가급적 빛을 분산해 넓게 비추려 하지만, 레이저는 어떻게든 빛을 집중해 한 곳을 비추려 한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해엔 남의 떡만 바라보지 말고, 내 떡도 잘 살펴보면 좋겠다. 그리고 레이저광선처럼 올해의 목표에 모든 걸 집중하고, 내 인생의 차로를 잘 지키며 꾸준히 달려나가면 좋겠다.
'내 인생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생각난다.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게 무엇인가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남이 갖고 있는 것 중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를 비교하려 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도 위험하지만, 자기 앞은 보지 않고 옆만 보며 달리는 인생은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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