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잘 나가던 인기 아이돌 그룹 '퍼플'의 멤버였지만 지금은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의 DJ만이 유일한 방송일인 신진아. 하지만 그 마저도 청취율이 바닥이다. 방송국은 청취율을 끌어올리려 새로운 PD를 투입하는데….
새해 첫 우리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한 터치로 그려낸다. 첫 '원톱'을 맡은 이민정은 충분히 사랑스럽고 조연들의 연기도 맛깔 난다. 그리고 따뜻하다.
보기에 좋다. 선남선녀 배우들은 예쁘고 폭소급 웃음도 곳곳에서 터진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에피소드라고 해봤자 특별하달 게 없고 그마저도 나열식으로 늘어놓아 긴장감이 떨어진다. 정교하게 엮이지 않은 얼개에 단발성 웃음조각들로 두 시간을 버텨내기는 다소 버겁다.
진아와 재혁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사랑을 키워 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수순을 착실히 밟아가고, 위기의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가 결국엔 큰 사랑을 받을 거라는 것도 예상 가능하다. 주인공 진아에게선 인기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의 냄새도 묻어난다.
이런 허술한 짜임새를 잊게 만드는 건 상큼 발랄한 이민정의 아우라다. 다양한 표정과 몸짓으로 웃고 울고 화내고 절망하고 사랑하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DJ까지 하는 이민정의 종합선물세트다. 권칠인 감독은 '국민 여신을 땅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다'고 했지만 그 의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 느낌이다.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 보여준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은 좀 줄었지만 화를 내고 매니저의 뺨을 때리는 '버럭 여신'의 모습마저 귀엽고 사랑스러우니….
오래 전 실종된 뱃사람 남편을 기다리는 한 많지만 유쾌한 엄마와 '소맥'을 마시는 장면, 이승환이 작사 작곡한 '참 쓰다'를 부르는 이민정의 모습은 팬이 아니라도 빠져 들게 만든다.
또 한 가지. 영화에 동력을 싣는 건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코너를 통해 소개되는 사연들이다. 새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사랑을 담은 사연과 함께 인순이의 '아버지'를 열창하는 여고생,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와 남겨진 딸에게 보내는 택시기사의 사연과 노래는 감동적이고 즉효성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여기서 여고생 다희로 등장하는 배우가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 역으로 잘 알려진 아역배우 조정은.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엔 숱한 카메오들이 등장해 눈물과 웃음을 선사한다. 컬투, 이승환, 김태원, 정엽, 김종국, 개리, 장항준 감독 등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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