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리스지원센터의 아웃리치 응급구호팀이 대전역에서 노숙인들에게 차와 김밥을 제공하고 있다. |
등산가방과 작은 손수레에 침낭, 점퍼, 내복, 핫팩에 감기약과 진통제를 담고 김밥 100줄과 보온병에 따뜻한 보리차를 담는 것으로 '노숙인 아웃 리치 봉사'의 준비는 마쳤다.
홈리스지원센터의 김태연 (37)팀장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추운 겨울밤에 동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일 밤 12시 부터 두 시간 동안 대전역 인근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공익근무요원 박준희(23)씨와 한 조를 이뤄 준비된 가방을 메고 노숙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아 센터 문을 나섰다.
4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대전역 대합실에서는 몇 명의 노숙인이 의자에 앉아 설잠을 자고 있었다. 또 대전도시철도 대전역사 계단 옆에서도 노숙인 8명이 얼기설기 만든 잠자리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종이박스 한 장으로 시멘트바닥의 냉기를 막기에는 부족해 보였으며 적당한 이불도 없이 점퍼에 의존해 웅크리듯 잠든 이들도 있었다.
“따뜻한 차 드시고 주무세요.” 김태연 팀장은 노숙인을 살짝 흔들어 깨워보고 따뜻한 차를 권했다. 김 팀장은 “찬바람이 쉽게 들어오는 곳에서 잠을 자다가 의식을 되찾지 못할 수 있어 살짝 깨워주고 몸에서 열을 낼 수 있는 간식거리를 제공해 사고를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옆에서 박준희 공익요원도 “삼성네거리에 홈리스지원센터에서 긴급잠자리를 제공하니 찾아주세요”라며 노숙 대신 따뜻한 잠자리를 권했다.
노숙인에게 따뜻한 보리차와 김밥 2줄씩 나눠줬으며 이불도 없는 이들에게는 바람을 막아주는 특수비닐을 덮어주거나 입을 의사를 확인 후 내복까지 제공했다.
이날 폭설까지 내려 체감추위를 더했지만, 삼선교 밑에서 종이박스를 바람막이 삼아 한뎃잠을 자는 노숙인까지 있었다. 그는 따뜻한 차는 받았지만, 김밥은 사양했으며 홈리스지원센터의 응급잠자리도 거부했다. 김 팀장은 “홈리스지원센터에 응급잠자리가 있어 언제든 이곳에서 잘 수 있지만, 노숙인들이 새로운 환경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홈리스지원센터의 노숙인 아웃리치봉사는 대전역~대전역지하차도~도시철도 대전역~목척교~삼선교~삼성동주민센터 인근을 확인하는 동안 노숙인 20여명을 찾아 응급구호를 제공했다.
동구는 홈리스지원센터에 이같은 아웃리치 응급구호 활동 관련 예산을 지원해 돕고 있다. 구 복지정책과 유명숙 담당은 “아웃리치 응급구호는 추운 겨울에 동사 위험이 있는 노숙을 예방하는 게 첫째 목적이고 권유에 응하지 않더라도 음식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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