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의 '배낭천사'를 아시나요

대전역의 '배낭천사'를 아시나요

가방 한가득 김밥에 감기약…매일밤 노숙인 안전 보살펴 계속되는 한파 동사예방 만전

  • 승인 2012-01-05 14:08
  • 신문게재 2012-01-06 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홈리스지원센터-노숙인 아웃리치 응급구호

▲ 홈리스지원센터의 아웃리치 응급구호팀이 대전역에서 노숙인들에게 차와 김밥을 제공하고 있다.
▲ 홈리스지원센터의 아웃리치 응급구호팀이 대전역에서 노숙인들에게 차와 김밥을 제공하고 있다.
영하 7까지 떨어지고 폭설까지 내린 지난 3일 밤 11시 50분, 대전역 옆 대전홈리스지원센터는 지하철과 다리 밑에서 잠들었을 노숙인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출동준비를 하고 있었다.

등산가방과 작은 손수레에 침낭, 점퍼, 내복, 핫팩에 감기약과 진통제를 담고 김밥 100줄과 보온병에 따뜻한 보리차를 담는 것으로 '노숙인 아웃 리치 봉사'의 준비는 마쳤다.

홈리스지원센터의 김태연 (37)팀장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추운 겨울밤에 동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일 밤 12시 부터 두 시간 동안 대전역 인근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공익근무요원 박준희(23)씨와 한 조를 이뤄 준비된 가방을 메고 노숙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아 센터 문을 나섰다.

4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대전역 대합실에서는 몇 명의 노숙인이 의자에 앉아 설잠을 자고 있었다. 또 대전도시철도 대전역사 계단 옆에서도 노숙인 8명이 얼기설기 만든 잠자리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종이박스 한 장으로 시멘트바닥의 냉기를 막기에는 부족해 보였으며 적당한 이불도 없이 점퍼에 의존해 웅크리듯 잠든 이들도 있었다.

“따뜻한 차 드시고 주무세요.” 김태연 팀장은 노숙인을 살짝 흔들어 깨워보고 따뜻한 차를 권했다. 김 팀장은 “찬바람이 쉽게 들어오는 곳에서 잠을 자다가 의식을 되찾지 못할 수 있어 살짝 깨워주고 몸에서 열을 낼 수 있는 간식거리를 제공해 사고를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옆에서 박준희 공익요원도 “삼성네거리에 홈리스지원센터에서 긴급잠자리를 제공하니 찾아주세요”라며 노숙 대신 따뜻한 잠자리를 권했다.

노숙인에게 따뜻한 보리차와 김밥 2줄씩 나눠줬으며 이불도 없는 이들에게는 바람을 막아주는 특수비닐을 덮어주거나 입을 의사를 확인 후 내복까지 제공했다.

이날 폭설까지 내려 체감추위를 더했지만, 삼선교 밑에서 종이박스를 바람막이 삼아 한뎃잠을 자는 노숙인까지 있었다. 그는 따뜻한 차는 받았지만, 김밥은 사양했으며 홈리스지원센터의 응급잠자리도 거부했다. 김 팀장은 “홈리스지원센터에 응급잠자리가 있어 언제든 이곳에서 잘 수 있지만, 노숙인들이 새로운 환경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홈리스지원센터의 노숙인 아웃리치봉사는 대전역~대전역지하차도~도시철도 대전역~목척교~삼선교~삼성동주민센터 인근을 확인하는 동안 노숙인 20여명을 찾아 응급구호를 제공했다.

동구는 홈리스지원센터에 이같은 아웃리치 응급구호 활동 관련 예산을 지원해 돕고 있다. 구 복지정책과 유명숙 담당은 “아웃리치 응급구호는 추운 겨울에 동사 위험이 있는 노숙을 예방하는 게 첫째 목적이고 권유에 응하지 않더라도 음식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