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
북한에서의 갑작스런 리더십 교체에 이어, 우리나라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중국·러시아에서도 새롭게 정권의 향배가 결정된다. 죽 끓듯 정국상황이 유동적인 일본이야 당장 다음 달 총리가 사퇴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시위자(Protester)'를 2011년의 인물로 선정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투표자(Voter)'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일정한 기간 동안 국가운영을 위임할 사람을 가리는 가장 엄중한 민의 수렴 절차다. 그러므로 선거운동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각국의 유권자들은 지난해 온몸으로 표출했던 분노와 저항을, 이번에는 손끝으로 표현해 낼 것이다.
오늘날 세계를 감도는 기운은 새해에 어울리는 희망보다는 불안과 불만과 불신과 같은 암울한 분위기다. 어느 때보다 정치인들의 위로와 지도자들의 비전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실망을 주는 꼼수와 졸수(拙手)와 술수(術數)가 판을 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이 민감한 시기에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나꼼수'라는 '가카' 풍자 프로그램이다. 한때 언론시장을 주름잡던 조선·중앙·동아 같은 보수신문은 이미 그 힘이 시들하고, 그들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종편 방송은 소수점 아래 시청률에 고전하고 있다.
이들보다 꼼수의 대가는 아무래도 법을 만드는 일보다 특권과 반칙에 더 익숙한 국회의원들이다. 그러니 집권당의 파워에다 과반수 의석을 자랑하는 거대 정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한 대표 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밀실에서 꾸며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권을 넘겨준 채 갈지자걸음을 걸어도 아쉬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국민을 찾아볼 수가 없다.
군사정부와 진보정권을 넘나든 70대 인사를 차치하고라도, 과학고에 하버드를 졸업한 20대 벤처기업가가 외롭고 쓸쓸하게 길거리를 방황하는 99.99%의 20대 표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그것은 꼼수나 술수 이전에, 부자정당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자충수일 것이다.
선거만 다가오면 시도 때도 없이 문패를 갈아다는 제1 야당도 오십보백보다. 재창당이란 것 자체가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이 위장이혼을 청산하고 다시 합친 꼼수에 다름 아니다. 강산도 바뀐다는 10년간 대한민국을 호령해놓고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겠다는 것은 하수에게나 어울리는 언어도단이다. 이명박 후보의 승리가 분명하자 그쪽 편에 섰다가 이제는 물이 빠지자 노선을 바꾼 한국노총 또한 정치권의 술수 뺨치는 행보다.
더욱 큰 문제는 양당의 행태가 회고적이고 퇴행적이라는 데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나 양극화 같은 시대적 과제를 타개할 정책 개발은 뒷전에 밀쳐놓고, 한쪽에선 박정희 유업을, 다른 한쪽에선 김대중-노무현 유훈을 신줏단지처럼 받들어 모시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대한민국 영토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독재왕조에 3대 세습정권이 들어서도 가타부타 말이없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역적패당'이라고 막말을 해도 고함 한번 못 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은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는 스마트시대, 바른 것이 빠른 것을 이기는 정의의 시대다. 앞으로 5년, 격동기를 리드하며 통일시대를 펼칠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은 국제적 감각에 시대를 읽는 안목을 갖춘 실력 있는 지도자,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옳은 것은 옳다고 지지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나무라는 담력 있는 지도자, 작은 소리를 크게 듣고 국민과 교감하는 청렴하고 매력적인 지도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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