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 |
새해 아침 소원을 빌며 기다리는 해맞이의 설렘, 추수를 마치고 조상님의 음덕을 빌며 바라보는 한가위 달맞이의 설렘, 한여름 농사일을 마치고 들어와 마중물을 넣고 펌프질을 해서 콸콸 쏟아지는 지하수로 등목 할 차례를 기다리는 설렘 등 이 모두 맞이함의 설렘과 기쁨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 어떤 맞이함보다 손님맞이만큼 설레고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
정월 초 매서운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방문을 활짝 열고 대청소를 하는 집을 나와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간 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밀어주시던 손길을 피하려다 철썩 소리가 나도록 등짝을 맞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어머니가 정성으로 준비한 깨끗한 설빔으로 갈아입고 설렘으로 맞이하던 설날 아침의 기억 또한 다들 갖고 계실 겁니다. 집안을 청소하고 목욕을 하고 새 옷을 갈아입던 이 모든 준비가 새로운 한 해,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올 손님맞이를 위한 정갈한 몸 가짐이었지요.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몸가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인사를 잘 해라. 밝은 낯으로 손님을 반가이 맞이 해야한다”는 말씀이었지요. 몸가짐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이 손님맞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까닭입니다.
우리 대전은 늘 외지에서 온 손님으로 붐빕니다. 대전이 교통의 요지인 까닭이죠. 그들의 눈에 비친 대전의 첫인상은 어떠할까요? 양반의 고장이라 그러한지, 고래로부터 변란의 무대였던 지정학적 여건 때문인지 우리 충청인은 속을 드러내 자신을 표현하는데 인색합니다. 그러니 외지인이 느끼는 대전의 첫인상은 당연히 무표정이거나 무뚝뚝함이겠지요.
그러나 이제 대전은 지난 세월 각자도생의 생존 방식으로 두텁게 껴입었던 자기방어의 갑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가슴을 열고 손을 내밀어 손님맞이에 나서야 합니다. 5월의 '세계조리사대회'를 시작으로 MICE산업의 중흥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멀리서 오실 손님들이 대전에 펼쳐진 잔칫상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밝고 건강한 웃음으로 세계인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대전이 더는 교통의 중심지만이 아닌 과학기술의 중심, 행정의 중심, 문화예술의 산실이자 신 한류 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준비일 것입니다.
이제 시대는 국가 간의 경쟁에서 도시 간의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전이 가져갈 도시 경쟁력은 다름아닌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 바탕 위에 첨단과학과 문화예술이 조화롭게 융복합 되어 빚어질 다종 다양한 콘텐츠와 관광인프라일 것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전국 각지에서, 전 세계에서 설레는 기대를 갖고 우리 대전을 찾을 손님들을 맞이할 채비에 시민 모두 솔선해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밝은 표정과 몸에 밴 친절함으로 대전을 찾아온 손님들의 기억 속에 다시 찾고픈 매력적인 도시로 각인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이웃과 소통하며 웃음을 나누는 서비스 정신을 생활화해야 할 것입니다.
정확한 통계치는 아닙니다만 국내 유명 코미디언의 출신지 분포를 보면 충청 출신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반전의 효과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의 특성상 이러한 충청 지역의 성장 환경이 그러한 스타 코미디언들을 배출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만큼 우리 충청인의 내면엔 주변에 웃음을 줄 수 있는 기본 소양이 충분하다는 것이겠지요. 이제 그동안 감춰두었던 웃음의 소양들을 세상에 꺼내 놓았으면 합니다.
제가 원장으로 있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에선 '편한 도시, Fun한 도시 대전'을 만들고자 몇 꼭지의 즐거움을 준비하려 합니다. 진흥원에서 준비하는 몇 꼭지의 즐거움이 '스마일시티'로 가는 촉발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릇 잔치는 손님들로 북적여야 제 맛입니다. 설렘으로 설을 맞이하던 그날처럼 밝은 얼굴의 스마일맨이 되어 세계인을 맞을 준비를 하면 어떨까요? 아무쪼록 새해엔 웃을 일이 많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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