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수 저 |
삼국 통일 과정에서 야기된 혼란과 반목을 종교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지극한 고독에 관한 것이다. 아울러 삼국통일 후 모진 억압과 차별에 시달린 백제 유민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석굴암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되돌아본다.
저자는 김대성에 관한 삼국유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나름의 상상력을 더해 한 인간의 긴 인생 역정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그렸다.
책은 노년의 김대성이 꿈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성이 모벌군에 병부 대감으로 부임한 뒤 옛 백제의 유민들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명목으로 잔혹한 학살이 이뤄졌다. 유민들을 몰살하는 강경파들 앞에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대성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이후 경덕왕은 대성의 힘을 길러주며 외척에 휘둘리지 않는 왕권을 확립하고자 시도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경덕왕도 다른 왕들처럼 진골 귀족들과 타협하기에 이른다.
대성은 '속세에서 구하고 행'하고자 했으나 그 열의는 끝내 좌절됐고, 현실에서 철저한 패배를 맛본 대성은 이후 20여 년에 걸쳐 불국사와 석굴암 조영 사업에 매진하며 못다 한 꿈을 이루고자 했다. 그러나 그조차 천개석이 세 조각으로 깨어지면서 통일 이후에도 대립하고 있는 삼국민의 모습을 절묘하게 드러냈다.
석굴암 건립에 매달리는 대성을 끝까지 쫓아다닌 질문은, 백제 출신으로 백제의 부활을 꿈꾸며 신라와의 극단적 무력 투쟁에 앞장섰던 자귀 굴영도 가졌던 질문이다.
'만약 백제가 통일을 이루었다면 승작된 이들은 어찌했을까. 신라인이 자행했던 곰 사냥을 하지 않고, 백제인의 이득을 양보하며 서로 함께 잘사는 세상을 실현할 수 있었을까.'
굴영의 싸움은 신라인에게 가족이 무참히 살해당한 분노에서 비롯해 분노로써 전부를 이루었기에, 신라의 잔혹한 학살에 대해 스스로 정당성을 얻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승리 국가의 민족으로서 지배장인 진골 귀족이었던 대성은 자신의 재산 절반을 신음하는 백제인을 위해 내놓으며 체제를 바꾸조자 하였으나, 그 노력은 너무도 미약했다.
저자는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으로 채워진 소설이고 또 그렇게 읽혀지기를 바라지만 그 상상에서 채워진 석굴암 창건의 비밀은 다시, 현재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며 “대성의 시대에 해결되지 못한 갈등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한 진행형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타북스/지은이 박준수/336쪽/1만3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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