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새해엔 소통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한일수]새해엔 소통이다

[기고]한일수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두리한의원장

  • 승인 2012-01-03 13:48
  • 한일수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두리한의한일수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두리한의
▲ 한일수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두리한의원장
▲ 한일수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두리한의원장
가끔 친구를 만나러 시내를 나갈 때 지하철을 탄다. 퇴근 후 지하철엔 어느 새 내 아들딸 뻘인 얼굴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친구에게 문자를 하거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여느라 분주하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책을 읽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나는 그 틈에 끼어 앉아 묵연히 그들을 바라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시인은 말했다. 내 시야에 가득한 사람들은 그 자체로 섬이다. 나는 시인과 다르게 사람 사이의 섬에 가고 싶지 않다. 내 관심은 사람에 있다. 이미 섬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내 접안을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다. 나는 시청까지 다다르는 십 몇 분 동안 조금씩 내 존재를 위축시키다 겨우 도착 알림과 맞춰 일어선다. 갑자기 숨이 막힌다.

지난 2011년 십이월에도 여지없이 사건과 사고는 줄을 이었다. 봉도사는 감옥엘 갔고, 김근태는 하늘나라로 갔다. 사고로 몇몇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고, 그리고 대구에서 광주에서 중학생들이 옥상에서 떨어졌다. 나이를 먹으니 비위가 약해진다. 심지어 로맨스 영화의 의도되고 자그마한 실수조차 손발이 오그라들어 잘 보지 못하는 나는, 쟁그라운 마음이 사무쳐 동급생에게 매 맞아(물고문도 당했단다...) 온몸과 정신에 시퍼런 멍 자국이 든 채로 결국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그 아이의 기사를 잘 읽지 못했다.

아이의 부모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었고, 나 또한 공범의식에 눌려 미안하고 또 미안해 울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맘이란 게 대개는 비슷해서, 큰 녀석이 시방 군대에 가 있는데 김정일이 죽었다니 한반도 정세는 그만 두고 군대 간 아들 걱정이 먼저 들었는데, 죽은 아이 부모 맘은 어떨까 싶어 사무쳤고, 죽어서야 편안해질 거라는 아이의 유서를 읽으면서 내 초라한 눈물도 그 위로 아룽거렸다.

잘난 놈만 살아남고, 잘난 놈만 더 잘 살게 된다며 우리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몬다. 학교에선 자고 학원에 가야 공부하는 줄 아는 아이가 늘어난다. 학원비를 버느라 등골은 휘고 빈 주머니 털어 마시는 소주는 쓰건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식 위해 산다며 때때로 기염을 토한다. 우리가 만드는 세상이 아이들에게 고대로 투영되는 것은 모르고, 그저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노력한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술 마셔 속은 쓰리고 잠 설쳐 눈은 붓는데, 아침에 학교를 간다고 꿉벅 절하는 아이 등을 두드리며, 오늘도 열심히 하고 오라고 내보낸다. 부모 자식 간에 대화에 학교 성적 외의 내용은 오르지 못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과 잘 통한다고 착각하며 출근길에 나선다.

다시 또 새해다. 이번 새해엔 되지 않을 금주 금연 따윈 붙이지 않으려 한다. 그저 말뿐일지라도, 외국인노동자를 돌보는 후배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아이에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오늘도 일찍 출근해서 한의원 청소를 잘 해놓은 직원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내 허접한 페이스북에 올려놓는 친구들의 귀한 사연에 댓글 열심히 달고, 왜 저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지 고민해봐야겠다. 김어준 말마따나 감정이란 제한된 자원이라 내가 신경쓸 여지는 그리 많지 않더라도, 그 여지를 내 가족 내 새끼 내 돈으로만 좁히려는 이기심과는 좀 싸워봐야겠다. 그런 보잘 것 없는 노력이 학교폭력을 없애지는 못할 지라도, 섬처럼 굳어버린 타인들 사이에 비비고 들어갈 방법은 사실 그 것뿐이리라.

소통은 국가적 화두가 됐다. 하지만 연대가 내 것을 먼저 내어주어야 가능하듯이, 소통 역시 내가 먼저 고맙다. 고 말하고, 미안하다. 고 고개 숙이며, 참 훌륭하다. 고 칭찬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공감하는 순간 소통은 시작된다. 사람은 결국 서로 기대 사는 존재(人)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를 여는 오늘 아침에 조그맣게 책상머리에 낙서처럼 적어놓는다. 새해엔 소통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