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희 미디어포럼 대표․전 대전MBC PD |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정봉주 의원에 대한 사법살인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나꼼수에서 BBK사건 저격수를 자청한 정봉주 의원은 광대의 역할을 맡았다. 김용민교수와 같은 방송인이 웃음을 주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며, 자칭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 또한 스스로 만든 이미지에 기대어 있지만, 전직 의원이 진지한 사안에 대해서도 가벼운 말투로 부지불식간에 깔때기를 들이대는 모습은, 그간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권위의 파괴를 의미했다.
지난 주에 일어난 두가지 이슈를 곱씹어 보니 재미있는 생각의 크로스가 가능해진다. 이를 팩트처럼 던지면, 조·중·동의 대척점에 서있던 나꼼수가 저격당했다. 사법판단에 의해. 북한이 발표하는 순간까지 김정일의 사망사실을 모르고 허둥댔던 정부는 확인사살을 당했다. 조·중·동에 의해. 그런데 왜 거대 미디어 자본인 조·중·동이 아닌, 스튜디오 하나 빌려서 급히 제작되곤 하는,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이 온 나라를 뒤집었던 것일까? 왜 정봉주 전의원의 감옥행에 대해 사법살인이라는 비난이 들끓는 것일까? 이는 현 정부의 불통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명박 정부에 프랜들리한 조·중·동에 의해서도 비난을 자초한 또 다른 의미의 불통 역시 그 스스로 창출한 메이드 인, 이명박 브랜드이다.
붙통의 역사는 길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가 후보일 때 부터 언론과의 소통에 대한 이해와 상식에서 벗어난 지도자였다. 2007년 9월18일, 당시 이명박 후보의 정강정책 연설 녹화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 후보는 스튜디오에 나타나지 않았다. 선관위가 '개인적인 일을 원고에 쓰지 말라'고 하였다 해서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KBS 초청토론에서는 조율된 질문만 받겠다고 하더니, 막판에 후보자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켰다. 그리고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언론에 종사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얘기가 되었다.
YTN, KBS, MBC의 사장들을 낙하산 인사하여, 언론을 길들이려 했다는 소문(?)이 그것이며, 그의 최측근을 방송과 통신의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에 선임한 사실은 두고두고 따라다닐 그의 '언론 내편만들기' 교본이 될 것이다. 그의 대언론 치적(?)은 이에 그치지 않아,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통해 의회민주주의가 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전세계에 생중계하여 기억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최근엔 이러한 미디어법의 매뉴얼에 따라 마무리된 후속작업으로 조·중·동과 매일경제에 허가된 종편채널들이 속속 등장하는 등 우리나라 미디어지형을 파국으로 이끄는 삽질을 해댔다. 조직이든 국가든 이견을 환영하고 개방성을 보장할 때 번영할 확률이 가장 높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미디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웹이 구축한 다양한 의견의 표출과 수렴에 있어서 평등(개방과 공유)과 규모의 경제는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해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측도 허용할 수 있을만큼 눈부신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소통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논하지 말라. 제2, 제3의 나꼼수는 계속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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